“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 주문받겠습니다.”
“가을의 카페인이 한가득 들어 있는 게 있을까요? 오늘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거든요. 아, 아, 아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는 정말 안 되는데 ······.”
“손님, 깊고 깊은 가을 바다에 들어가 보시겠어요?”
“네? 아니 그건, 해도 너무 ······.”
“하하, 잠이 확 달아나지 않나요? 저희 가을 전문점에서는 가을 바다에 한쪽 발이 닿기 바로 전! 그 떨리는 순간을 차갑게 보관 중이랍니다. 솔직히 그다지 인기 있는 메뉴는 아니지요. 하지만 반짝이는 은빛 날개 가을 다랑어의 힘이 담겨 있어요. 몸이 축 늘어질 때 드시면 넘치는 에너지와 두둑한 배짱으로 배가 부르실 거예요. 어릴 때 운동회에서 해보셨던 줄다리기의 밀고 당기는 힘을 떠올려 보세요. 엄청난 가을 바다의 아이스크힘이랍니다. 달고도 짠맛의 오묘함에 깜짝 놀라실 거예요.”
“이럴 수가! 가을 바다의 아이스크힘을 추천해 주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점장님은 마치 가을의 해결사? 아니 마술사 같으신걸요. 저는 작가예요. 주로 추리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십 년 만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지 뭡니까. 오늘 제 인생이 걸린 출판사와의 미팅이 있습니다. 덕분에 일주일 내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지요."
“손님에게 필요한 건 절대 카페인이 아닙니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십니다.”
“사실, 저는 십 년째 제 소설 속 범인과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저에게 소설의 화려한 끝을 요구하고 있어요. 결국, 전 결정했지요. 이 가을, 제 소설 속 범인을 죽이기로요. 하지만 어쩐지 자신이 없어집니다. 화려한 끝을 낸다는 게 무엇일까요. 기운을 차릴 수가 없네요."
“손님, 어깨가 너무 무거우신가요? 금방이라도 쓰러지실 것 같아요. 짐을 내려 놓으시겠습니까? 여기 가을의 테이블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이 테이블은 텅 비어 있는 가을 오두막집에서 가져온 거예요. 어떤 마음의 무게도 다 지탱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손님! 가벼워진 몸으로 이 가을의 아이스크힘을 즐겨 주신다면 저도 덩달아 힘이 날 것 같은걸요!"
"저의 넋두리를 이렇게 소중하게 들어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 참을 수가 없어요. 빨리 먹어 보고 싶네요. 달고도 짠맛, 두둑한 배짱, 가을의 아이스크힘이요.”
“네! 가을바다를 상상해 주세요. 정신이 번쩍! 아무리 차가워도 절대 가을을 탓하지 않으실 겁니다! 곧 가을바다 다랑어 아이스크힘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계산해 주시고 가져가 주시면 됩니다. 이름이?
“마 지막입니다.”
“마 지막 님 기다려 주세요. 다음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