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문점 8

가을 호박닐라 크림 라테와 호두나무의 점심시간

by 도윤경

“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 주문받겠습니다.”


“뜨거워도, 식어도, 맛있는 가을 호박닐라 크림 라테에 호두나무의 시간을 고소하게 깔아 주시겠어요?”


“호두나무의 시간은 오전으로 할까요? 오후로 할까요?”


“제가 오전에는 학원에 가야 하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늦게까지 가게 일을 해야 해서요.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꿈을 이루기 위해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사실, 시간의 여유가 전혀 없어서 뜨거운 걸 차게 먹거나 차가운 걸 미지근하게 먹는 게 늘 몸에 배어있어요. 뭐, 가장 맛있게 먹는 순간을 포기한 셈이죠.”


“그럼, 햇살을 잔뜩 휘감은 가을의 점심시간으로 맞춰 드릴까요? 어차피 점심은 드셔야 할 테니까요. 새콤한 가을 공기의 청량감, 높고 높은 가을 하늘의 깊이, 거기에 가을 햇살의 숨 막히는 감칠맛까지 이 삼박자가 어우러져 뜨거워도 차가워도 미지근해도 그 맛이 기가 막히지요. 다만 가을의 점심시간이라 여름보다는 배가 많이 고프실 거예요. 괜찮으시다면 말 엉덩이처럼 살이 통통한 호두과자를 서비스로 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가을의 점심시간과 살이 통통한 호두과자라니 정말 근사한데요? 좋습니다! 그걸로 주시겠습니까?”


“네. 비록 점심시간은 한 시간 정도지만 농축된 고소함이 손님의 바쁜 하루 틈틈이 스며들 겁니다. 힘들 땐 잠시 입술을 핥아 보세요. 립글로스처럼 발라진 호두 기름과 바닐라와 섞인 호박 향이 너무나 고소하고 달콤하실 거예요. 가을의 미소가 저절로 만들어 지지요.”


“아니, 다 터진 제 입술을 들킨 건가요. 제가 많이 피곤해 보였군요? 이거, 정말 부끄럽네요. 거울을 볼 시간도 모자란 터라. 여기에 올 시간을 벌어야 했으니까요.”


“부끄럽다니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계십니다 손님. 언젠가는 가장 빛나는 별이 되실 거예요.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오 예! 가을이 손님을 응원합니다!”


“가을의 응원을 받다니,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넵! 꼭 꿈을 이루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곧 가을 호박닐라 크림 라테에 호두나무의 점심시간을 깔아 드리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계산해 주시고 가져가 주시면 됩니다. 이름이?”


“이 루리입니다.”


“이 루리 님 기다려 주세요. 다음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