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이 구는 엄마의 그림자를 밟는
뼈대 없는 마음이 찬 바닥에 누워 선을 긋고
선 위로 드러나는 죽은 얼굴이
미묘하게 목소리만 살아 움직인다
쉬잇! 하지 마
후훅, 제발 숨을 참아
헤엄이라도 칠게요 그렇게 말해봐
그림자가 작은 발을 쓰다듬네
의지란 살아 있는 걸까
팔다리가 미친 듯이 춤을 추는데
허우적대는 공기엔 동그란 부분이 없다
얼마나 찔리고 싶어서
얼마나 찔렸을까
뾰족하고 각진 딱딱한
멍든 곳에서
하얀 머릿결을 쥐고 흔들어 댄다
왜 잘못 됐냐고
안 미안하냐고
납작 엎드린 왜소한 포옹에
더 토해낼 것도 없는
어제를 압박하고 행패를 부려
기어코 뜯어내는 말.
여전히 눈치 없어 당신은
끝까지 해야겠어
눈물이 뜨겁게 팔을 걷어 부친다
후련하게 미워하겠다며
다 부서진 그림자를 짓밟고 또
다시 안아 보라고 제발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