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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별 Apr 02. 2023

거짓말처럼 지난 20년, 여전히 당신이 그립습니다

장국영...

2003년 4월 1일, 뉴스에서 장국영이 투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 역시 거짓말로 여겼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가 되었다. 적어도 장국영 팬이라면, 만우절은 결코 즐거운 날이 아니다. 


내가 장국영이란 중국 배우를 알게 된 건 중학교 2학년쯤이었다. 

당시 친한 친구가 장국영 열혈팬이라서, 덩달아 관심 갖게 되었지만, 그 친구만큼 좋아할 정도는 아니었더랬다.

내 관심사는 뉴키즈 온 더 블록이었던 때였고..


친구가 펑펑 울면서 은퇴 콘서트를 비디오로 볼 때, 함께 시청했지만 옆에서 시큰둥하게 봤었다. 

"애, 왜 울지..."


진정 그의 팬이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영화 <패왕별희>를 본 이후였다.

내 인생 최초로 영화를 본 후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는 그의 팬이 되었으며, 그의  모든 것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심지어 Leslie라는 영어 이름까지 따서 내 영어 이름으로 쓰고 있다. 


유튜브에서, 장국영이 콘서트 중 영웅본색 주제가 '당년정'을 부를 때, 객석에 있던 주윤발을 호명하며 진정한 따거(형님)라고 추켜 세우던 장면이 있다. 실제로 주윤발은 그의 장례식에 참석해 그렇게 울었단다. 


현재, 소탈한 모습으로 나누는 삶을 살고 있는 주윤발을 보면서, 만약 장국영이 살아 있다면, 

그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당년정을 부르고, 목에 두른 흰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는다. 수건이 깨끗하다. 메이크업 없이 저렇게 잘 생길 수 있다니. 탄식이 나올 정도다. 곡이 끝나고 조명이 꺼지면서 돌아서며 무대 뒤로 사라질 때,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돌아서지 마세요! 가지 말아요!"


가끔은 그에 대한 그리움이 나의 즐거웠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까, 헷갈리기도 하지만,

내 나이가 그의 나이와 같아진 현실 속에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장국영이 그립다. 그리고 모든 것이 즐거웠던 그 시절도 눈이 시립게 그립다. 

사진 출처 : 나무위키. RIP. 4월 칼럼으로 장국영에 관해 쓸 수 있어서 기뻤지만, 그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나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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