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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별 Jul 27. 2023

돈이 뭐라고...

그나마 남은 자존감마저 들었다 놨다 한다

들어오는 수입은 불규칙하고, 나가는 경비는 일정한 프리랜서. 자신의 수익 루틴을 잘 짜는 프리랜서 몇 년 차들의 경우 이런 걱정은 덜 하겠지만, 그들 역시 알 수 없고 변덕 심한 '갑'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자존심은 내려놓고 산다고 이야기한다. 


콘텐츠 작가로 5년 차를 훌쩍 넘긴 친구의 경우는 여러 거래처를 두고, 시간차를 두고 일을 하며, 절대로 한 곳에만 올인하지 않더라. 이렇게 되기까지 그 친구도 고생이 많았겠지만, 이제 일 년 차를 지낸 내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머리 검은 짐승은 믿는 게 아니라지' 수없이 되뇌며 내 발등을 내리 찧는다. 


근 몇 년 전부터인가, '퍼스널 브랜딩' 혹은 'PDF 전자책' 수익이 열풍에 가까웠다. 그와 함께 블로그를 통한 수익 얻기 등도 인기다. 아예 유튜브 같은 전문 채널까지 파서 직접 맛보기 강의를 하는 자들도 늘고 있다. 


참 솔깃한 이야기다. 자고 있는 동안, 내가 노는 동안에도 계좌에 돈이 입금되고 있다니... 예전에 TV 강연에서 자산컨설턴트가 이야기하던 어느 갑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돈 나무에서 돈이 열려.."

  


아무튼, 세 곳정도 솔깃한 곳에 접속해 보았다. 첫 번째는 소셜 마케팅을 통해 본인이 하는 만큼 한주에 최대 백만 원? 까지 벌 수 있다는 사이트였다. 연락처를 남기니 다음날 예쁘장한 여자 프로필이 있는 카톡 오픈 채팅으로 연락이 온다. 어떻게 하면 얼마를 벌고 뭐를 하면 얼마가 되고.. 솔깃한 이야기로 미끼를 던지는데 결론은 백 여만원에 달하는 교육비를 입금하면 일거리를 준다는 내용. 젠장, 어디서 약을 팔아. 나 기자밥 먹은 여자야.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사기'라는 후기가 올라왔고, 바로 채팅창 차단.


두 번째는 PDF 전자책으로 수익을 얻는다는 사이트에서 무료 전자책을 받아 읽었다. 장 수는 제법 나왔지만, 문장은 두서없고, 뜬구름 잡는, 정신없는 글로 채운 조잡한 책이었다. 그의 목적은 나눠준 무료 전자책을 보고, 진짜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담은 10여 만원이 넘는 전자책을 파는 일이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진성이라고 뭐가 다를까? 실제 입금 사례를 보여주는 사진도 있었지만, 아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최근 3년간 입금 내역이 없다. ㅋㅋㅋㅋ

참고로, 이 사람은 잊을만하면 자신은 한 달에 천을 찍는다는, 남들 땀 흘려 일하는 시간에 휴양지에서 노트북으로 일한다는 한량 같은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낸다.


세 번째는 블로그 수익. 이 사람은 꽤 솔깃한 미끼를 던졌다. 먼저 사이트 광고를 개인 블로그에 올리고 인증샷을 보내면 맛보기 무료 전자책을 나눠줬는데, 꽤 설득력 있었다. 앞서 뜬구름 잡는 엉성한 문장들이 아닌, 간단한 문맥으로 딱 사람들이 원하는 핵심을 알려주었으며, 나머지는 유료 강의로 유입하는 구조였다. 타 블로그에 광고를 올렸다가 얼마 후 지우긴 했지만... 돈도 머리 좋은 사람이 쉽게 버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 역시 잊을만하면 '~제자님'이라며 문자를 보내 유료 강의 유입을 유도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데 돈이 저절로 굴러온다? 조상 복을 타고났거나 미국 복권에 맞는 다면 모를까 어림 없는 소리다. 그렇게 편하고 좋은 일이 있다면 사람들이 왜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며, 3교대로 돌아가는 공장에 다니고, 택배를 배달하고, 일당 높다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허리가 나가도록 일하겠는가?   


심지어 잘하지 않는 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는 사람도 대부분 쉽게 돈 벌고 있다는 얼굴 예쁜 여자들이다. 자세히 보니, 인스타 쇼핑으로 조잡한 물건을 팔면서 한 달 천만 원을 너끈히 번다고 하는데... 글쎼.. 인스타그램도 비공개 기정으로 전환해야 하나. 


집 앞에 1등 1번, 2등 5번쯤 나온 복권방이 있다. 토요일마다 그 앞은 사람들이 줄 서서 복권을 산다. 

"세상에 돈 나올 구멍이 복권 밖에 없어"

어떤 모녀가 이렇게 이야기하며 복권방에 들어간다.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부터 아기를 업고 온 애기 엄마, 택배 트럭을 잠시 세워둔 배달 사원,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주말마다 복권에 희망을 건다. 



한 달 전 맞춘 복권이다. 천 원 투자해서 만 원으로 불렸다. 그래, 이게 진짜 아닌가. 그렇다고 복권에 매달리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세상에 날로 먹는 건 회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리고 계좌 잔고만 보면 한숨이 나오는 나의 자존감이 너무 떨어져서 야밤에 몇 자 끄적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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