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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자의 일상

자율신경계란 무엇인가

by Mia 이미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오늘 내 몸이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상태를 천천히 살핀다. 갑자기 일어나면 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다시 누워야 하는 날이 있다. 그럴 때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먼 일인지 실감한다.


어릴 적 학대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버티며 내 몸을 돌보지 않았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늘 “몸이 약하다”는 말로 모든 증상을 뭉뚱그려 표현했다. 내 몸에 대해 나조차 자비롭지 못했지만 몸은 늘 신호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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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계 실조증’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의미가 내 삶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몰랐다. 자율신경계는 심장 박동, 혈압, 체온, 소화 등 자동적인 생명 기능을 조절한다. 장기 자체에 이상이 없어도,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잃으면 몸은 수많은 오류를 만들어낸다. 나의 모든 증상이 바로 그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존스 홉킨스 지나영 박사의 인터뷰를 보고 ‘자율신경계 이상’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그때부터 병원마다 관련 이야기를 꺼내보려 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 개념조차 생소하다는 듯 반응했다. 진료는 이어지지 않았고, 대화도 쉽게 끊겼다.




나는 몇 년째 지속되는 불명열과 극심한 피로, 이유 없는 기침 발작, 걷지 못할 정도의 통증, 배뇨 장애 등을 경험하고 있다. 어느 날은 샤워를 하고 난 뒤에 속이 울렁거리면서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한참을 누워 쉬어야 했다. 또 어떤 날은 가벼운 외출만으로도 얼굴에 홍조가 올라오고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극도로 피곤해서 며칠에서 몇 주를 일어나지 못했다. 이런 날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증상들은 점점 더 만성화되었고, 매일의 일상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아졌다.


병원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나는 환경을 나에게 맞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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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가족에게서 벗어난 가스라이팅 생존자. 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고,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나가는 과정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용기를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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