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 거리를 헤매다 버거킹을 만났다.
굳이 해외까지 가서 우리나라에도 있는 체인점인가 할 수 있겠지만 막상 여행을 가보면 계속 걸어서 지치고 배고플 때 당장 나오고 저렴하기까지 한 패스트푸드집만 한 것도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라마다 맛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반갑게 들어갔다.
키오스크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침착하게 언어를 영어로 바꾸고 차례대로 주문을 하려는데 참 나 현금이지, 그런데 현금 투입구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결국 선택 창을 멈추고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지막 결제창에서 현금 버튼을 선택한 뒤 돈을 기기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영수증을 뽑아 카운터의 사람에게 직접 결제하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가? 한국에서는 항상 카드만 썼으니 알 길이 있나.
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키오스크가 발명된 것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13.4프랑의 크리스피 치킨버거 세트를 시켰다. 주문한 것이 나왔는데 케첩이 없다.
케첩은 따로 추가했어야 했단다.
0.5프랑의 케첩 하나까지 더해 드디어 익숙한 버거 한상을 받았다.
안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었는데 별거 아닌 해프닝까지 치르고 나니 햄버거는 더 맛있었다.
하지만 감자는 생각보다 짜서 케첩이 필요하지 않았다.
뜯지도 않은 루체른 버거킹의 케첩은 기념품이 되어 한국까지 같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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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는 Coop이라는 마트가 유명하다.
외식비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마트에서 과일을 사 먹으면 싸다는 글을 봤었는데
막상 장을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지 동남아 같은 과일 가격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냥 우리나라 저렴한 마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샐러드를 사고 혹시 스푼을 주냐고 물어보니 이것도 역시 사야 했다.
그래도 0.1프랑이었고 스푼과 포크가 양쪽으로 붙어있는 모양새가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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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숙소는 Zug에 Oberwill이라는 작은 마을이었고 Coop 대신 Volg가 있었다.
Coop에 대한 정보는 많은데 volg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서 이게 마트인지 편의점인지 알 수 없었는데
다행히 있을 건 다 있는 마트였다.
여기에서는 마지막 날에 사 먹었던 조각 빵이 기억에 남는다.
역시 빵과 초콜릿은 동네 마트라도 실망시키지 않는 스위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