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다녀오게 되었을 때 1년 전에 그렸던 이날의 만화가 떠올랐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 그래도 나눌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내어 툭툭 일기처럼 그려온 것이
햇수로는 4년을 넘기고 200화라니. 100화 때와는 또 다르게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때는 내가 사랑하는 그림들과 자축하며 보냈다면, 이번에는 독자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해보고 싶어졌다.
소수이긴 해도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혹시 궁금한 것이 있지는 않을까?
소통하고 싶었던 할 말이 있다면 마음껏 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열었다.
일주일 동안 기다린 끝에 도착한 질문은 딱 한 문장, 나의 오랜 친구가 남겨 준 것이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은?"
이벤트라면 역시 질문을 '주세요'가 아니라 커피 쿠폰이라도 '드릴게요'가 되었어야 했나.
기쁘게 벌였던 일이 상심으로 돌아오면서 살짝 슬픔이 스쳐간 것도 사실이지만,
이내 친구가 남겨준 일당백의 온기를 느끼며 기운을 차렸다.
질문이 여러 개였다면 문답으로 그리려고 했으나 하나라니, 귀한 하나를 소중하게 펼쳐서 한 편으로 그렸다.
그리하여 나는 이 시기에 내가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은 설거지이고,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여행이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았다.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풀칼라로 장착한.
끌어당김의 기술이라고 꿈을 이루고 싶다면 바라고 싶은 것을 최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리라고들 한다.
지금 현재 이루어진 것처럼, 당장 내가 직접 만나고 만질 수 있는 현실인 것처럼 느끼는 것이 관건이라는 그런 이야기들을 숱하게 들었지만 막상 이뤄지고 보니 정말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물론 나의 스위스 여행은 로씨와 함께 관계자분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사실이지만
이 날의 그림이 보이지 않는 아래 저 어딘가에서 씨앗처럼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친구는 그 씨앗을 물어다 준 제비였을까?
그런 상상들에 행복해진다.
역시 꿈은 좋은 것이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