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순댓국 하나랑 소주 한 병이요.
이모는 끝내 붙이지 못했다.
이모, 순댓국 하나랑 소주 한 병이요!
해야 좀 더 있어 보이는 걸.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용기를 내 본다.
화창한 날씨의 토요일,
50, 60대 아저씨와 할아버지 그 경계 어딘가의 남성분들 사이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순대국밥에 새우젓 타고 밥 말아 한 숟가락 뜨고 소주 한 잔 걸치니 여기가 지상 낙원 아닌가.
홀로 앉아, 참이슬 병뚜껑을 따는 여자
사연 있는 여자?
행복한 여자다!
남편은 희생(?)을 한다며 혼자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갔다.
"그럼, 나는 10년 동안 희생한 거네" 하니 그렇단다.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단다. 훅 들어오는 그의 고백에 사랑이 샘 솟는다. 다음 주를 편하게 지내볼 심산의 영리한 그이다.
행복한 마음에 혼자 영화를 볼까, 산책을 갈까, 미술관에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늦은 오후 슬리퍼를 신고 순대국밥집으로 향했다.
"형님, 다음 회장은 형님으로 하입시다."
"아이 ㅆㅂ"이 난무하는 그곳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40대 아줌마는 행복한 얼굴로
국물에 밥 말아 한 입에 소주 한잔
새우젓을 순대에 올려 한 입에 소주 한잔
깍두기 한 입, 청양고추 쌈장에 찍어 한 입,
번갈아가며 야무지게 한 입 한 입 먹다 보니 어느새 소주 반 병이 순식간이다.
살짝 취기가 올라와 기분 좋은 토요일 저녁
선선한 바람으로 행복감이 배가 된다.
시댁에서 돌아오는 남편과 딸을 위해 오렌지와 참외를 샀다.
그렇게나 혼자 있으면 가족이 생각난다지.
반나절 혼자만의 시간으로 깊어진 가족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