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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Feb 22. 2024

사바사나를 하기 위해 요가를 합니다.

혼자 요가하기

얼굴, 손끝, 발끝에 있는 긴장을 매 호흡 날숨에 풀어봅니다. 온전히 매트 위에 존재하는 나만을 바라봅니다. 아래서부터 발 뒤꿈치, 종아리, 엉덩이, 날개뼈, 팔 뒷면, 머리 순으로 땅에 닿아있는 나의 몸을 바라봅니다.


사바사나를 알리는 요가 선생님의 나지막한 음성은 나를 쉼과 채움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워낙에 몸치인 몸뚱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뻣뻣해져 요가 동작을 따라 하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지만 사바사나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사바사나 동작을 위해 내 배와 허벅지 뒤쪽은 50분간 부들부들 떨어댔다.


냅다 드러누워 고요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낀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숨소리와 내 몸이 주는 반응에 집중한다.

어제는 어깨가 뻐근하더니 오늘은 등이 뻐근하네.

깊게 내쉬는 날숨이 참 좋다. 배가 꺼지도록 깊게 내뱉는다.

순간만큼은 엄마도 아니요, 마누라도 아니요, 딸도 아니요, 며느리도 아니요, 팀장, 사장 온갖 것들이 다 아니다. 그냥 나로서 존재한다.


아무 생각이 없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 생각 없는 그 10분의 고요가 끝나면

40대에 좀처럼 생기지 않는 생기가 생긴다.

(어랏! 이 라임 어쩔 거야ㅎㅎ)


사바사나 뒤에 마시는 따뜻한 차는 손끝, 발끝까지 닿는다. 고스란히 따스함이 퍼지는 것까지 느끼고 나서야 마지막 깊은 날숨을 내뱉고 일어선다.

은혜로운 시간이다.


아마도 15년 전쯤 그러니까 결혼 전, 퇴근 후 남아돌던 시간을 어쩔 줄 몰라 요가, 라틴댄스, 탁구, 테니스, 헬스, 기타, 피아노 기타 등등 잡다한 것을 배우러 돌아다니다 얻어걸린 요가는 부산한 내 머릿속을 차분히 해준다는 것을 알게 했다. 매일 실행하지도 않는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내 머릿속은 요가 특히 사바 사나를 하는 시간만큼은 그대로 쉬었다. 그리곤 맑아진 머리에 다시금 온갖 계획이 난무하며 채워졌지만 여하튼 요가를 하는 시간만큼은 비워낼 수 있어 가벼웠고 행복했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요가는 결혼과 출산으로 잊혔다. 매일 바쁘게 살던 워킹맘은 요가교실을 등록하고도 번번이 한번 내지 두 번 가고 말아 버렸다. 본전이 생각나던 아주머니는 그다음부터 요가 교실을 등록하지 않았다지. 그러던 어느 날 요가소년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유튜브로 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새벽, 아이가 잠든 후 짬짬이 요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매일은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새벽 요가는 새벽의 고요함 속에 삶에 감사를 느끼는 귀한 시간이다. 요가로 시작하는 하루는 내 삶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닿게 한다. 사바 사나를 마지막으로 몸을 일으키면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 남편과 딸에게 좀 더 다정히 말하는 내가 된다.



얼마 전, 시드니 한 달 살기 동안 요가원에 등록했다. 아이가 어학원에 가 있는 시간 동안 나에게 허락된 혼자 요가하기. 비움과 채움의 경건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를 더욱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 하버브리지 아래 야외 공원에서 무료요가수업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이와 함께 요가수업을 찾았다. 파란 하늘 밑, 초록초록 잔디 위에서 행하는 요가는 내게 가슴 벅찬 행복을 선물했다. 옆에서 조잘거리는 딸과 함께하는 요가는 딸의 귀여움에 심장이 간질거렸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부산스러웠다.



여윽시, 요가는 혼자 하는 게 제일 좋다.

오늘도, 혼자 요가를 함으로 행복했으니 행복전도사가 되어 다정히 말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나마스떼♡


그림 픽사베이

사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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