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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한 달 살기, 영어권으로 가는 이유

영어를 배우는 이유

by 낭만육아

제주도 한 달 살기,

강릉 한 달 살기,

치앙마이 한 달 살기,

등 등

아이와의 한 달 살기를 계획할 때 여러 장소를 고민했다. 한 달 내내 고민 없이 걱정 없이 물놀이 실컷 하고 쉬고 먹으며 에너지 빵빵하게 충전하고 오자. 하는 마음으로 여러 장소를 검색하던 중에 영어권으로 최종 장소를 정한 것은 당연히 아이의 영어공부를 위해서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꿈꾸던 소망이 있었으니 아이가 영어를 즐겁게 배웠으면 했고 또 공부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로 이해하고 탐구했으면 했다.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 하나를 알게 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영포자 출신으로 영어 때문에 수능도 대학교 졸업도 대학원 졸업도 모두 힘겨웠다. 성문영어에 나오는 문법과 영단어로 깜지를 쓰고도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에 영어라는 교과목을 가장 싫어했다. 그런 내가 영어에 관심이 생긴 것은 첫 직장 퇴사 후 여행 삼아 간 28살 호주 워킹홀리데이 때부터이다. 짧은 영어 실력이었지만 외국인들과 주고받는 대화, 대화 속에서 그들의 문화 알아가던 그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즐거웠다. 위 명언처럼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그때 '만약에 내가 영어를 공부가 아닌 새로운 세계를 연결해 주는 열쇠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그런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이가 즐겁게 영어를 배우고 탐구하는 기회를 주지 못했다. 요즘은 아이가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영어동요를 듣고, 책을 읽으며 영어를 즐겁게 배운다는데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12시간씩 맡겨가며 일하던 워킹맘 시절엔 그런 걸 해줄 여유는 없었고 그저 먹이고 재우기 바빴다. 빠듯한 형편으로 원어민을 만날 수 있는 영어유치원을 보내지도 못했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영어동요를 틀어주고 영어책도 많이 읽어주고 영어유치원도 보내주고 싶다만 그 시간은 이미 바이바이했고,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결심한 것은 아이가 7살이 될 무렵이었다.


그리하여 아이는 7살 3월이 되며 집 근처 원어민이 있는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ABCD를 배우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이 어려운 아이라 영어학원에 가는 것부터 큰 저항감이 있었고 영어학원에 다니는 내내 '영어학원 재미없다.', '선생님이 무섭다.', '선생님이 무슨 소리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등등 을 쏟아내며 매일 같이 "엄마, 영어학원 안 가면 안 돼?"라고 물어댔다. 그래도 '오늘만 더 가보고 결정하자'라고 아이를 꼬시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다 이러다 아이에게 영어 거부감만 더 생기겠다 싶어 영어학원을 그만두었다.


당시 어떻게 하면 아이가 영어를 즐겁게 배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발견한 것이 지금도 여전히 신뢰하는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이다.

이은경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을 챙겨보며 초등 저학년 영어의 핵심은 영어책 보기와 영어영상 보기, 단 두 가지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그래 나 같은 게으른 엄마도 한번 해 볼 수 있겠다'는 용기도 생겼다. 왜냐하면 이은경 선생님이 오늘 못해도 된다. 그럼 내일 하면 된다. 또 적게 해도 된다. 그저 그만두지만 않으면 된다며 안심을 주셨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표 영어! 많이 들어는 봤지만 한결같이 게으른 나 같은 엄마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어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AR이니 챕터북이니 하는 개념도 알지 못해 그 벽이 참 크게 느껴졌는데 그래 우선 영어 영상부터 틀어놔 보자. 영어 동화책부터 같이 읽어보자 싶었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하면 내일모레 하면 되고, 우리에겐 새로운 매일이 계속 생기니 말이다.


그렇게 7살 여름즈음, 처음으로 영어 영상을 보고 영어 책을 보기 시작했다. 영어 영상을 보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아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하는 페파를 좋아할 리가 만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저녁 아이와 함께 저녁 간식을 먹으며 페파피그를 봤다. 혼자는 절대로 보지 않았지만 엄마가 손등을 비벼주고 안아주며 함께 보자고 하면 같이 봐주었다. 부비부비가 통하지 않는 날은 평소 주지 않는 과자를 주고 함께 먹으며 같이 보았다. 10분을 보는 날이 있었고 30분을 보는 날이 있었다. 많은 양이 아니더라도 매일 함께 봤다. 그리고 잠자기 전 아이가 듣든지 말든지 영어 책을 읽었다. 그렇게 3개월쯤이 지나자 아이는 저녁마다 페파피그를 보자고 엄마를 불렀다. 잠들기 전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게 했는데 영어책은 절대로 가져오지 않던 아이가 영어책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딸아이는 하교 후 영어 만화를 보고, 잠들기 전 영어책을 읽는다. 다행히 지금은 엄마에게 영어 만화를 같이 보자고 말하지 않고 책도 읽어 달라고 하지 않는다. 얼마나 다행인지.


아이는 영어 만화 보는 것을 쉼이라고 느낀다. 간식 먹으면서 영어만화 보는 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어 책 읽기는 여전히 힘겹게 이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문자 인식에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매일 10분이라도 읽는 행위를 계속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영어 책 보기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도 엄마로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혼자는 읽지 않으려 해서 잠자기 전 나 역시도 유튜브 보고 싶은 마음 꾹꾹 누르고 책을 펼친다. 잠자리 음악을 틀어놓고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책을 읽는다. 종종 카페 데이트를 가서도 책을 펼친다. 엄마도 책을 읽어야 해서 힘겹지만 덕분에 나 역시도 책 읽기를 이어오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때론 힘겹기도 하지만 이렇게 영어영상 보기와 영어 책 읽기를 이어오는 이유는 영어를 즐겁게 배웠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런데 왜 꼭 영어를 배우러 한 달 살기를 가느냐? 고 묻는다면 영상과 책을 통한 배움은 아이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외국에서의 외국인과의 대화와 놀이 경험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또래와의 소통과 경험은 더욱 깊고 진하다.


7살 말부터 8살, 초등학교 1학년 내내 페파피그만 보던 아이는 초등 3학년인 지금 만화 대신 드라마 형식의 영어 영상을 즐겨보는데 넷플릭스 아이비앤빈, 체조아카데미 등을 좋아한다. 특히 아이비앤빈은 영상뿐 아니라 책도 즐겨 읽었는데 뉴질랜드에서 만난 프란체라는 친구가 아이비앤빈에서 빈과 같은 친구라며 함께 놀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프란체와 함께 tag 놀이를 하다가 둘만 몰래 빠져나와 시원한 도서관 바닥에 누워 쉬던 일, 프란체와 함께 로제의 아파트 아파트를 소리 높여 부르던 날은 책과 영상으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깊고 진한 소중한 추억이다.

언어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영어를 배움으로써, 대한민국에서 나아가 세계 수백만 명의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과 경험을 듣고, 세상을 더욱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성장을 넘어, 세상을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그런 소중한 기회와 경험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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