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 VS 단기스쿨링
댓글에 어학원과 현지 학교 스쿨링에 대한 문의가 있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어학원과 현지학교 스쿨링 비교해서 써봅니다.
해외 한 달 살기 어학원과 현지학교 스쿨링 중에서 고민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어학원은 외국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즉 영어학원으로 보면 무방하다. 현지 학교 단기스쿨링은 현지 공립 또는 사립학교에서 단기 유학을 하는 형태이다.
둘 다 경험해 본 바로 각 특징은 이러하다.
어학원은 외국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아이에게 맞는 수준의 영어 수업이 이루어진다. 어학원에 처음 방문하면 레벨테스트를 보고 레벨별로 수업이 진행된다. 따라서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으나 영어로 말하기 또는 쓰기가 능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면 좋다. 수업은 보통 영어와 관련한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영어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파닉스, 발음, 문법, 그 나라 문화 등의 수업이 진행되고 9시에 시작되어 오후 3시경 끝난다. 따라서 단기간에 영어실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영어 집중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어학원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어학원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은 편이다. 따라서 낯가림이 있는 친구들도 한국인이 있어 적응하기에 쉽다. 반면 영어만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어학원은 보통 주차별로 비용이 산정되고 원하는 만큼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일정이 짧다면 어학원에 등록하는 것이 낫다. 대체로 어학원은 각 도시별 시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하고 숙소를 구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 학교 단기 스쿨링은 말 그대로 외국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것임으로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영어를 많이 접해본 아이, 한국에서 원어민 수업을 받은 아이가 적합하고, 만약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이라면 적응할 수 있다. 어학원과 마찬가지로 수업은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루어지며 3시 이후에는 우리나라 돌봄 교실처럼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사설업체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별도 신청과 비용이 발생한다. 학교 수업은 학년별로 이루어지며 외국은 만 5세부터 입학하기 때문에 만 나이로 계산하여 학교 등록을 해야 한다. 또 학교 수업이기 때문에 수학, 과학, 미술, 체육 등 여러 과목 수업이 진행된다. 현지 학교에서는 유학생의 적응을 돕기 위해 ESOL 프로그램이나 버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으니, 이에 대한 도움을 받고 싶다면 학교를 선정하기 전 이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다. 현지 학교는 최소 3주 또는 4주를 등록해야 하고 텀(1년에 4개 텀이 있음, 텀별 2~3개월) 별로 등록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으니, 일정이 넉넉한 경우에만 등록이 가능하다. 현지 학교는 대부분 주택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시티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으니 숙소를 구하고 등하교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대부분 교복을 입기 때문에 교복을 입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딸아이의 경우 세부와 시드니에서는 어학원, 오클랜드에서는 현지 학교 단기스쿨링에 다녔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아이 영어실력에 따른 가장 적합한 곳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초1 세부 어학원에서는 하루 7시간 수업을 했고 1:1 수업이 4시간, 1:4 수업이 3시간이었다. 당시 딸아이는 파닉스도 다 떼지 못한 상태였고 아주 기본적인 인사, 굿모닝, 하우 아류 정도만 말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지학교 단기스쿨링은 당연히 적응이 힘들었을 테다. 또 필리핀 어학원의 특징은 1:1 수업이 많다는 것인데, 1:1 수업 시수가 많아 아이 수준에 맞춘 수업을 듣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아이가 다니던 어학원은 90%가 한국인이라 필리핀선생님과의 수업시간 외에는 줄곧 한국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딸아이가 낯가림이 심하고 긴장감 높은 아이 었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 아주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초2 시드니 어학원은 하루 6시간 수업을 받았고, 한 반에 15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중국인이 50%, 한국인이 30%, 그 외 일본, 대만, 베트남인 등이 20%를 차지했다. 레벨은 3개 레벨로 구성되어 있었고, 아이는 가장 낮은 레벨반에 배정되었다. 그 반 한국아이들은 초1부터 초5학년까지 있었고, 당연히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고 쉬는 시간, 런치타임, 모니팅타임 모두 한국어로 대화했다. 그때 딸아이가 초5 오빠한테 금쪽같은 개**라는 욕을 배우기도 했다. 아이들 영어 수준이 낮으니 다른 나라 친구들과는 어울리기 힘들었을 테지만 그래도 자국어로 '안녕하세요', '니하오', '신차오' 정도를 서로 알려주고 배우며 다른 나라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큰 경험이 되었다.
초3 오클랜드 현지 학교 스쿨링은 하루 6시간 수업을 받았고, 한 반에 25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중 유학생은 딸아이 한 명뿐이었고 당연히 학교에 있는 동안 영어로 말하고 쓰기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딸아이 만 10세로 Year 5(현지에서는 5학년) 반에서 수업을 받았다. 당시 아이의 영어 수준은 SR 3점대(미국학교 기준 3학년 수준)로 학교 수업을 완벽히 따라갈 정도는 되지 않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자기표현은 가능했다. 소극적인 아이라 영어실력과 무관하게 영어로 말하기, 쓰기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 한국인이 혼자라 생존을 위해 말하고 쓰기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 있으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친해지고 덕분에 학교 적응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낯가림이 심하고 적응이 어려운 아이라면 현지 학교에 한국인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한 후 등록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아이라면?
우선 너무 부럽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라면 어학원과 현지 학교 단기스쿨링 모두 다 수업에 잘 따라갈 수 있음으로 위 장단점을 확인하고 선택하면 되겠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은 SR점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되겠다. 예를 들어 SR 5점이면 미국학년으로 5학년 수준이니, 우리 아이가 만 10세에 SR점수 5점대를 받으면 어학원과 현지 학교 스쿨링 모두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만약 SR점수에서 차이가 크다면 현지학교는 수업에 따라갈 수 없고 적응문제도 생기니 추천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적응력이 낮다면?
외향적이고 활발한 아이들은 금세 친구를 사귀고 친해지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어학원과 현지학교 모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아이들의 경우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으니, 아이 성향에 맞춰 어학원 또는 현지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적응력이 낮은 아이의 경우 한국인이 있는 환경이 매우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지학교보다는 한국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어학원을 추천한다. 또 현지 학교에 한국인이 있는지 여부는 학교 입학 문의 시 질의할 수 있으니 학교 선정 전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아이들의 경우 대체로 초기 적응은 힘들어 하지만 한 달 살기가 끝날 때쯤이 되면 친구도 사귀고 친해져서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적응이 어려울 것이 예상되어 어학원 또는 현지 학교 스쿨링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단단히 하는 경험을 한 아이는 그만큼의 성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