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물 받은 책을 다시 가지고 출근할까 망설이다 표지만 담아 왔다
간밤에 읽고 감상한 김보희 그림산문집 <평온한 날>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평온해진다.
제주 푸른 바다가 초록이었다가 파랑이었다가 노랑이었다가 주황색으로 차츰 변해간다.
그녀가 선물해 준 책은 다 좋았다.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도
이연실의 <에세이 만드는 법>도
캐시 렌첸브링크의 <내가 글이 된다면>라는 번역서도~~
아마, 그녀가 추천해 준 책들은 그녀의 취향을 닮아서 그런가 보다.
강직하고 우직하며 원칙이 있으면서 깊은 사랑과 유연함까지 느껴지는 그녀~~
그녀를 알아 온 지 20년도 더 지났다.
글과 sns 덕분에 늘 곁에 있는 것 같이 친근하다.
글이나 실제 생활이 일관성이 있어 좋은 분
그녀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나 그대로를 느끼실 거라 믿는다.
어느 땐 소녀 같다가, 어느 땐 소년 같고
또 비슷하게 늙어가는 동년배의 편안함으로?
다시 그녀가 골라 준 산문집의 그 바다와 초록을 상상해 본다.
녹색 야자수와 녹색 잎들 사이에 어우러진 검은 반려견 레오를 응시해 본다
그녀가 바라본 나
나를 사진 찍은 사람은 블로그로 알게 된 동갑내기 20년 지기로 존댓말 하는 친구다. 세월에 비례해서 만남의 횟수는 적었다는 뜻도 되는데 별로 어색함도 불편함도 의식도 없다.
경제활동을 쉬지 않은 직장인이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그녀에게서 항상 알 수 없는 여유로움을 보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삶에서 힘을 살짝 뺀 사람에게서 나오는 너그러움과 따사로움 덕분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좀 기대고도 싶어지는.
요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컬러풀한 시대적 감각과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지만 약간 세피아 색의 지혜로움이 빛나 귀를 기울이게 된다. (중략~)
출처: 그녀가 있는 방 (m.michaela330)
그녀가 나를 묘사한 글을 부친다. 최고의 찬사와 독특한 표현에 아직까지 전율이 맴돈다.
'세피아색의 지혜로움이라' 그녀가 표현한 '세피아색'을 브런치 에디터에서 찾을 수 없어 아쉽지만
내 기억 속에 오래오래 각인될 것 같다.
그녀는 내게 어떤 색일까?
언젠가 그녀의 딸이 손수 지어 줬다던 주황색 원피스가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주황색의 눈부심을 닮은 그녀라고 하긴 웬지 화려한 것 같고. 청보라가 불현듯 스쳐간다. 청보라처럼 청렴해 보이는 그녀랄까? 고귀한 그녀랄까?
어디선가? 블루 컬러는 이성을, 보라는 감성을 자극하는 성향을 띠고 있다던데 그 중간 어디메쯤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컬러, 딱 그녀인 것 같다.( 책 표지의 보라와도 많이 닮았다)
<매일 보는 바다의 색이 달랐다. 나무색도 달랐다. 초록에도 차이가 있었다. 짙푸른 초록 노란빛이 감도는 초록, 강렬한 초록, 새초롬한 초록, 초록을 그리고 싶었다. 내가 보는 것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 그림은 풍경 그대로가 아니라, 내가 보고 상상한 풍경이다.>-책 중에서...
#세피아색 #청보라 #김보희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