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오기 Sep 22. 2023

가스! 가스! 가스!

 방귀 뀌기 전에 <가스! 가스! 가스!>를 세 번 외쳐야 한다.


가스! 가스! 가스!!!


(따오기 2006. 1. 16. 20:00)


오래간만에 양평에 있는 외갓집 가는 길
도로는 막히고
차 안은 덥기만 합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픽~~~~’하고
묘한 가스 냄새가 새어 나옵니다.

범인이 누구야?
‘난 아닌데’
‘나도 아닌데’
‘자기야?’
‘아니’
‘그럼 똥꼬지(큰 딸)?
‘엄만 맨날 방귀만 끼면 나래. 나 아니란 말이야’
‘그럼 머구리니?(작은 딸)’
‘엄마 나는 방귀 잘 안 뀌잖아.’
‘그럼 누구지? 나도 아닌데.’

그렇게 우리 가족이 자동차로 이동을 하는 날이면
방귀 뀐 범인을 찾느라 대 소동이 벌어지곤 합니다.
서로 안 뀌었다고
누가 뀌었냐고
분명 누군가 뀌긴 뀌었는데 말입니다.

그러자 운전하던 아빠가 제안을 하나 합니다.
앞으로 방귀를 뀌는 사람은 뀌기 전에 <가스! 가스! 가스!>를 세 번 외쳐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비상! 비상! 비상!>을 세 번 외치며 창문을 열어야 한다.
그럼 마음의 준비라도 해 둘 수 있으니까.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내가 그랬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면 쿠린 냄새가 줄어드나
나올 방귀가 안 나오길 하나.‘

암튼 그렇게 규칙을 정하자마자 규칙 테스트라도 하려는지
방귀쟁이 큰 딸 똥꼬가 픽~ 방귀를 뀝니다.

어?
똥꼬! 왜 ‘가스가스가스’를 안 외치는 거야?
하고 아빠가 주의를 한 번 줍니다.

그러자 그 새 잊었다는 듯 수줍게 ‘가스가스가스’를 외쳐댔고
나머지 세 사람은 동시에 웃으며 ‘비상비상비상’을 외치며
창문을 열었습니다.

‘야, 똥꼬!!
너 학교에서도 그렇게 방귀를 자주 뀌니?
그럼 왕따 당하지 않냐?‘

‘아냐, 엄마 집에서만 뀌어.
학교에선 안 뀐단 말이야.‘

‘설마!, 이렇게 자주 뀌는데 생각 없는 방귀가 감히 장소를 가리겠냐.
너 학교에서 방귀 뀌고도 네가 안 뀌었다고 하는 거 아냐?
짝꿍은 다 알 텐데 냄새가 나서‘‘

‘안 뀐다니깐(신경질을 부리며... 애원도 하며)

‘게다가 아까 그 소리 없는 방귀도 네가 뀐 거 아냐?
냄새도 비슷하구먼 ‘

‘엄만 아니라니깐.
왜 나만 의심하고 그래.
정말 아니란 말이야 ‘

그러자 작은 딸 머구리가 언니를 거듭니다.
‘엄만, 왜 언니보고만 뀌었다고 그래. 언니가 아니라잖아.
혹시 지나가는 참새가 뀌었는지도 모르잖아’

‘뭐라고 지나가는 참새가 방귀를 뀌었다고
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근데 똥꼬 그거 아니?
가끔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오는 ‘픽~방귀’가 있다는 거.
아까 거는 바로 그 방귀였는지도 모른단다 ‘하며
확증 없는 의심을 하고 있는 사이
또 픽~하고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앗 또?’
‘똥꼬야?
왜 ‘가스가스가스’안 하냐?‘

(똥꼬가 히죽 웃으며)
‘또 잊었네.’
그제야 작은 소리로 ‘가스가스가스’ 한다.

‘아~
이러다 아빠 머리털 다 빠지겠다.
아빠 머리털 다 빠지면 그게 똥꼬 방귀 때문인 줄 알거라.‘

그러자 머구리가 한 마디 합니다.
‘아빠 근데 우리 집에서 방귀 냄새가 젤 독한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그거야 뭐’

동시에 세 사람이 대답을 합니다.
‘엄마!!’

에게. 만인이 인정하니 빠져나갈 수도 없고.
‘그래도 뭐 나는 자주 뀌지는 않는다.
어쩌다 어쩔 수 없이 한 번 뀌지.
대신 좀 독하기는 하지만...‘
(내가 맡기에도 거북할 정도로 독하긴 하다.)

‘그럼 엄마가 문제 낼까?
우리 집에서 제일 방귀를 자주 뀌는 사람이 누구게?‘
그러자 그것도 동시에 세 사람이 답을 말합니다.
‘똥꼬언니’.

‘잉~’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똥꼬가 한 마디 합니다.
‘그럼 우리 집에서 방귀소리가 젤 큰 사람은 누구게?’
그거야 뭐... 그때도 나머지 세 사람이 동시에 ‘아빠’라고 대답하자.

비교적 조용히 방귀 이야기를 하던
작은 딸 머구리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조리 있고 차분하게 문제를 내기 시작합니다.
<<방. 귀   소. 리. 와    방. 귀   냄. 새. 가    가. 장   적. 당. 한   사. 람. 은   누. 구. 입. 니. 까?>>

‘하하하’
뭐라고 ‘적당하다’고? 방귀가 적당하다고
살다 살다 별소릴 다 듣네.

자기 방귀 소리나 냄새는 젤 적당하다고 은근히 뽐내는 머구리를 세 사람이 동시에
비아냥 거리자 방귀가 잦기로 인정된 똥꼬가 ‘가스가스’를 외쳐댔고
웃고 있느라 참고 있던 나는 비상계엄령을 선포도 못 한 채
쿠린 방귀 냄새를 작은 소형차에 가득 내뿜고 말았습니다.

‘윽~못 살겠다. 못 살겠어
방귀쟁이 세 여자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 못 살겠어 ‘하며
조용히 운전하던 아빠가 온 창문을 자동으로 내리고 말았습니다.

‘얘들아~~
그럼 우리 셋 중에 아빠 머리털 빠지는 데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누굴까?
엄마가 생각하기에 똥꼬가.... 70%.
내가 20%
머구리가 10%쯤 될 걸‘
그러자 방귀대장 똥꼬가 애원을 합니다.

‘엄마 65%로 내려주면 안 될까?’

‘안돼.
절대 안 돼.
정확히 통계내면 90%는 될 걸‘

‘잉’

이렇게 차 안에서 방귀 소동을 하다 보면
양평에 있는 외갓집 갔다 돌아오는 6번 국도의 막히는 길을 금방 오곤 합니다..
아무리 밀리는 길일지라도
방귀 웃음엔 당해낼 재간이 없나 봅니다.

앗!.
근데 어쩌죠?
냄새 강도가 센 특급방귀가 또 나오려고 하는데.
가스가스가스!!!



아주 오래전 아이들 어려서 쓴 우리 집 풍경입니다.

어디 내놓기 민망하지만 딱히 에피소드가 없는 즈음이라

과거 창고에서 하나 퍼왔습니다.

지금은 이십 대 후반 성인으로 성장했네요.


다소 냄새가 심하게 나긴 하지만 누구네 집에나 있을법한 일이라 창피한 줄 모르고 꺼내 봅니다.


냄새가 진동을 하면 슬며시 피해 가세요.

ㅎㅎㅎ


당분간 10월에 있을 행사 준비로 엄청 바쁠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막내야!  장독 덮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