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들불호수 Mar 09. 2023

딸이 태어나던 날

Episode #8

그러니까 벌써 16년 전,

가을의 길목에서 딸 INFP가 우리에게 왔다.


갓 태어난 딸의 쭈글쭈글한 얼굴을 보고 친형이라는 인간이 지나가듯 말을 건넸다.

'왜 이렇게 못 생겼냐?'


뭔 소리여? 눈물 나게 아름답기만 하구만!

산후조리원에서 며칠 동안 살이 오르니 그 아름다움이 더욱 만연했다. (아빠의 기억임)

동그랗고 커다란 눈망울과 다양한 얼굴 표정들...

아빠 INFP를 닮은 딸이 우리에게 왔다.


생명의 신비!

신비라는 언어는 이럴 때 사용하는 것임을 

처음으로, 

온몸으로, 

삶으로 깨달았다.



딸 INFP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요즘 부쩍

아빠 INFP는 딸의 옛날 사진과 영상을 찾아본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큰 거야?

코로나 때문인지,

내 기억력 때문인지,

마냥 초등학생 같기만 하던 우리 딸,

딸은 갑자기 성인이 된 것 같다.


아빠 INFP의 소원 중 하나가 

포장마차에서 딸과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인데,

이제 별로 안 남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비가 오는 날,

포장마차에 앉아 

아빠 INFP가 좋아하는 청하 한 병과 갖가지 안주 조금씩 시키고

딸 INFP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


으레 떠오르는 술 취한 아빠의 주정이 아니라,

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아빠의 시간을 상상한다.


이상하네?

입에 침이 먼저 고인다.


못 기다리겠다. 

오늘은 혼자라도 청하 한 병 사서 집에 가야겠다.

딸 INFP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들으며 나라도 한 잔 해야겠다.

by 그림작가 바라봄



글작가 들불호수

그림작가 바라봄




#MBTI

#INFP

#아빠와딸

매거진의 이전글 철부지, 절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