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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Aug 12. 2023

발 많은 것들이 왜 이렇게 무섭고 싫을까

  가게를 7월말부로 정리를 했다. 안타깝게도 건물주와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아 보증금도 아직 받지 못했다.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항들이 많은데 건물 없는 임차인은 그저 힘이 부족해 기다리고 있다.


  어찌 되었든 또 새로운 밥벌이를 찾아야 하기에 다방면으로 찾아보는 중이다. 여러 대안 중에 하나는 제주 이주. 이십 대 중반쯤부터 제주 가서 살고 싶다고 주야장천 말했지만 여전히 난 이곳 경기도를 못 벗어나고 고양시 붙박이가 된 지금, 제주로 갈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왔다. 근데 참 안타까운 걸림돌 하나가 발 많은 벌레들이다. 식물일을 하면서 벌레를 무서워하면 어쩌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특히나 거미는 너무너무 무섭다. 미안하지만 왜 그렇게 생겼어, 너. 


  제주는 습해서 벌레가 많을 수밖에 없고 지네가 그렇게 많다는데 이건 식물을 시작할 때 보다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심심하고 외로워 제주 가면 힘들 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건 전혀 걱정 안 되지만 심심하고 외롭지 않게 나타날 벌레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자취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무리가 될지언정 절대 벌레가 없을만한 집을 찾아다녔고, 가게에 벌레가 나타날 때면 옆집 사장님에게 달려가거나 지나가는 태권도 관장님에게 부탁하거나 가게에 온 손님한테 잡아달라 했다. 얼마 전, 밤에 방충망을 열었다가 나는 바퀴를 보고는 집을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 아니면 해결이 안나는 문제이기에 내가 풀어야 했다. 집을 버리는 대신 발매트를 버렸다. 발매트 위에서 죽인 뒤에 그 친구와 매트 통째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 변기에 버리면 어마무시한 이 놈은 타고 올라온대서 그리고 누르면 알이 윽,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오피스텔에 살 땐 문 닫고 정말 집을 버리고 나와 근처 살던 지인에게 연락해 잡아달라 하기도 했었는데.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 내가 가장 외로운 순간, 발이 네 개보다 많은 생명체를 만난 그 순간이다.


  많은 직업과 많은 거주지가 있는데 굳이 왜 싫어하고 무서운 벌레가 교집합인 식물과 제주일까.

가혹한 나의 뇌. 어디서, 언제부터 벌레가 무서웠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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