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7월말부로 정리를 했다. 안타깝게도 건물주와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아 보증금도 아직 받지 못했다.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항들이 많은데 건물 없는 임차인은 그저 힘이 부족해 기다리고 있다.
어찌 되었든 또 새로운 밥벌이를 찾아야 하기에 다방면으로 찾아보는 중이다. 여러 대안 중에 하나는 제주 이주. 이십 대 중반쯤부터 제주 가서 살고 싶다고 주야장천 말했지만 여전히 난 이곳 경기도를 못 벗어나고 고양시 붙박이가 된 지금, 제주로 갈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왔다. 근데 참 안타까운 걸림돌 하나가 발 많은 벌레들이다. 식물일을 하면서 벌레를 무서워하면 어쩌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특히나 거미는 너무너무 무섭다. 미안하지만 왜 그렇게 생겼어, 너.
제주는 습해서 벌레가 많을 수밖에 없고 지네가 그렇게 많다는데 이건 식물을 시작할 때 보다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심심하고 외로워 제주 가면 힘들 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건 전혀 걱정 안 되지만 심심하고 외롭지 않게 나타날 벌레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자취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무리가 될지언정 절대 벌레가 없을만한 집을 찾아다녔고, 가게에 벌레가 나타날 때면 옆집 사장님에게 달려가거나 지나가는 태권도 관장님에게 부탁하거나 가게에 온 손님한테 잡아달라 했다. 얼마 전, 밤에 방충망을 열었다가 나는 바퀴를 보고는 집을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 아니면 해결이 안나는 문제이기에 내가 풀어야 했다. 집을 버리는 대신 발매트를 버렸다. 발매트 위에서 죽인 뒤에 그 친구와 매트 통째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 변기에 버리면 어마무시한 이 놈은 타고 올라온대서 그리고 누르면 알이 윽,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오피스텔에 살 땐 문 닫고 정말 집을 버리고 나와 근처 살던 지인에게 연락해 잡아달라 하기도 했었는데.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 내가 가장 외로운 순간, 발이 네 개보다 많은 생명체를 만난 그 순간이다.
많은 직업과 많은 거주지가 있는데 굳이 왜 싫어하고 무서운 벌레가 교집합인 식물과 제주일까.
가혹한 나의 뇌. 어디서, 언제부터 벌레가 무서웠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