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으로 이사 오고 난 후로는 부모님이 계시는 대구로 자주 들락거리는 중이다. 단거리만 다니던 베니도 이제야 고속으로 제대로 달린다. 3년 동안 겨우 15000km 탔으니 뭐 모셔뒀었다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제 운전도 꽤나 늘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당당하게 나라 금고에 범칙금을 내는 딱지를 끊는 경험도 했다. 영수증처럼 길게 쭉 뽑아주는데 엄청 자세히도 적혀있고 엄청 길기도 한 딱지였다.
그날의 상황에서 초심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텐데 자신감 게이지가 꽤나 찬 상태에서 일정까지의 시간이 촉박하니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을 해버렸다. 좌회전차선에서 직진해도 된다는 걸 기억해 내고 냅다 직진했더니 앞에 경찰선생님이 날 딱 기다리고 있었다. 나 같은 놈들이 많은 상습지역인듯했다. 다른 날 같으면 싼 거 끊어주세요, 다른 지역에서 와서 초행길이라 등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겠지만 내 양심이 그렇게 안되었다. 왜냐면 직진금지 표시도 보았고 저기 파란색 화살표 표시들도 내 눈으로 보고도 갔으니.
그렇게 나의 운전실력에 대한 초심 찾는 비용으로 6만 원과 벌점 15점을 썼다.
고속도로를 다니다 보면 항상 긴장한다. 로드킬을 발견할까 봐, 로드킬을 내가 하게 될까 봐.
고양이, 새 최근엔 고라니도 사체로 보았다. 보고 나면 한동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하고 속상하고 그렇다.
하루는 대구에서 대전 올라가는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잔뜩 실려가는 돼지들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 순간에는 살아있지만 뭔가 슬픈 느낌이 드는 로드킬과 맞먹는 아픔이었다. 눈에 그려지는 미래가 보여서였겠지. 그러고 며칠은 돼지고기를 안 먹었다. 몇 달 몇 년은 쉽지 않으니 짧은 기간이라도 명복을 빌었달까.
또 다른 하루는 대전에서 대구 가는 길에 보통 가로수보다도 큰 나무가 트럭에 옆으로 누워 타고 가는 걸 봤다. 그때는 조금 기쁜 마음이 들었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따뜻한 남쪽으로 가는 것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니 좋겠다 싶었다. 근데 금방 글을 쓰면서 간과한 것 한 가지가 떠올랐다. 나무로 잘려서 가구가 되든 종이가 되든 생을 다할 수 있는 건데. 하지만 그 친구는 뿌리가 꽁꽁 묶여 있었고 초록 머리도 잔뜩 달고 있었으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