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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May 29. 2024

이틀 전

귀천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어머니를 뵈었다. 아무래도 좀 더 나은 환경으로 옮겨 드리고 싶어 간병인이 적은 환자를 보살피는 곳으로 옮겨드렸다. 확실히 병실도 깨끗하고 환자 관리도 잘 되는 것 같았다. 어머니 침상에서 눈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벽 한가운데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눈에 띄었다.



귀천 (歸天)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왠지 찜찜한 감정이 송두리째 슬픈 눈물로 변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부르면 눈을 뜨시지만 이내 잠을 청하신다. 그래도 콧줄을 끼웠으니 영양 섭취를 하면 좋아지겠구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고는 하루 반나절 만에 하나님 곁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께서 그리 허망하게 가실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나는 언젠가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도 못했던 사람처럼 슬픔에 잠겨 있다. 

어머니! 그곳에서 평안하게 잘 계시죠? 제가 매일 아침 기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꼭 한 번 다시 오셔서 제 손을 잡아 주셔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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