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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Jun 09. 2024

홍길동이 무슨 죄?

잘못은 있어 보이는 데 잘못이라 말할 수 없는 건 어찌하라!

  지난주에 6월 모의평가 시험을 치렀다. 영어 시험이 역대급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국어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만점자 예상 표준점수가 148점이라고 하니, 지난해 보다 대략 2점 정도 떨어졌지만 평소 점수와 비교해 보면 많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작년(23년) 6월 모의평가의 경우 만점자 표준점수가 136점이었던 것으로 보면 난이도가 급상승한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 입시 전문가라고 나와서 방송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모두들 지난해 보다 다소 쉬워졌다고 말한다. 이건 문제 분석을 못했거나 정보를 잘못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우선 만점자 표준 점수가 이렇게 올라갔다는 것은 최상위권 학생들조차 만점을 받기 어려운 구조의 시험이란 뜻이다. 그리고, 만점자와 1등급 커트라인 점수차이가 16점이나 날 것으로 예상되기에 등급 간격의 차이만큼이나 수험생이 느끼는 난이도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실제 현장에서 문제를 풀고 수험생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번 시험에서 중하위권의 변별력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쉽게 말해서 4등급 이하의 학생 점수차는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1등급에서 3등급 정도를 구분하는 문제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쉬워졌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 숫자가 보이는 현상에만 집중한 결과이다. 한 번 더 묻고 싶다. 문제를 풀어본 교사라면 풀면 풀수록 문제가 쉽게 느껴진다는 걸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뷰 등을 하고 있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처음 문제를 풀던 때 작년보다 다소 쉽게 느껴졌는지를 묻고 싶다. 여기서 전제는 학생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시간 안에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평가원에서는 왜 이렇게 어려운 시험을 출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 문제는 사교육 카르텔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의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누구든 수능 출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사교육과 연계되어 돈을 버는 일은 철저히 막겠다고 했다. 특히 몇몇 사교육 업체는 지금까지 다양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평가원 쪽에는 국어의 경우 몇몇 사교육 업체에서 만드는 문제를 DB화 하여 문항 출제 시 유사도 검색 등을 활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든 EBS 교재를 제외하고 유사한 지문 또는 문제가 출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다 보면 거르고 걸러서 만든 문제만 출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난이도는 급상승하게 되고, 변별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번 시험은 본수능을 위한 예비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도 중점을 둔다는 사실이다. 결국 학생들의 답지 반응률 등을 검토하는 자료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너무 시험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어떤 문항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되도록 약점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것으로 시험 결과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왜 어려운 시험인데도 어렵다는 말을 못 하는 것인가?
혹시 어렵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홍길동은 아무 잘못이 없다. 적어도 6모와의 관계에서는 말이다.
그렇지만 어려운 시험을 어렵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정을 고려할 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던 홍길동이 떠오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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