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열여섯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지난 편지에서 '기억과 기록'에 대해 이야기했지? 오늘은 그 기억 속에 따뜻한 온기로 남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인맥'이라는 말을 지겹도록 듣게 될 거야. 명함을 몇 장 주고받았는지가 능력이 되는 세상이라고들 하지. 하지만 아빠가 살아보니,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수천 명의 이름보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도 기꺼이 함께 비를 맞아줄 단 한 명의 '진짜 인연'이 더 귀하더구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그 옷깃을 묶어 단단한 매듭으로 만드는 것은 너희의 노력에 달려 있단다. 오늘은 짧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을 평생 가는 귀한 인연으로 만드는 5가지 기술을 알려주마.
사람은 본능적으로 안단다. 상대방이 나를 '목적'으로 대하는지, 아니면 '사람' 그 자체로 대하는지를 말이야.
어떤 관계를 맺을 때 당장의 이익만 보지 마라. "이 사람을 알아두면 나중에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겠지?" 하는 얄팍한 계산으로 다가가면, 상대방도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둔단다.
진정한 인연은 농사짓는 마음과 같아야 해. 당장 열매를 따 먹으려 하지 말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기다릴 줄 아는 넉넉함이 필요하다. 손해 보는 듯해도 진심으로 대하면, 그 사람은 언젠가 너희 인생의 가장 큰 수확이 되어 돌아올 거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의외로 거창한 것에 있지 않아. 비싼 선물이나 과도한 호의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빚을 졌다'는 부채감을 주어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
대신 주변 사람들이 고마워하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인사를 건네렴. 화려한 선물 세트보다는 정성 꾹꾹 눌러 쓴 손편지 한 장, 피곤한 오후에 넌지시 건네는 커피 한 잔, 책상 위에 올려둔 작은 메모 같은 것들 말이다.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은근한 온기가 담긴, 부담 없는 담백함이 관계를 훨씬 더 오래 가게 만든단다.
가장 꼴불견인 사람은 평소에는 연락 한 번 없다가, 자기가 아쉬울 때만 "잘 지내?" 하고 연락하는 사람이다. 필요할 때만 찾는 관계는, 그 필요가 사라지면 금세 끊어지기 마련이지.
때마다 안부를 물어라. 명절이나 생일도 좋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꽃이 피면 꽃이 펴서 생각났다고 연락하렴. 너희가 평온할 때 건네는 안부 인사가 너희의 관계를 단단하게 다져준단다. 목마르지 않을 때 미리 파둔 우물이, 훗날 너희가 정말로 목마를 때 생명수가 되어줄 것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어.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 "내 생각에는 말이야" 하며 모든 화제를 자기중심으로 끌고 가는 사람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단다.
길게 가는 인연을 만들고 싶다면, 나 중심이 아니라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해라. "요즘 많이 힘들지?",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하며 상대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어주렴.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그 사람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법이란다. 귀를 여는 것이 입을 여는 것보다 백 배는 더 강력한 매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새해나 명절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받아봤을 거야. 이름만 바꿔서 단체로 보낸 듯한, 화려한 미사여구로 가득 찬 상투적인 문자들. 그런 상투적인 관계나 말투는 피해라.
천 편 일률적인 덕담보다는, 투박하더라도 너희만의 언어로 쓴 한 문장이 낫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 대신, "지난번 그 일은 잘 해결되었니? 새해에는 네가 덜 걱정하고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구체적인 관심과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너희를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하게 만든단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인연을 만드는 것은 기술이지만, 인연을 지키는 것은 결국 '진심'이다. 너희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 곁을 내어주면, 좋은 향기를 맡은 나비들처럼 귀한 인연들이 너희 곁으로 날아들 것이다.
너희의 인생 정원에 향기로운 사람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너희의 영원한 편,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