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

시간을 좇는 사람

by 하늘을 나는 백구


이날만큼은 좀 다르게 시작하고 싶다.


그가 눈을 뜨고 날짜를 세고 주중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 후 속으로 중얼거린 말이다. 우선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똑바로 배에 힘을 주고 일어나다 보면 허리가 삐끗거린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몸을 옆으로 돌린 다음 손으로 침대 끝을 붙잡고 몸을 일으킨다. 여기까지 별 문제가 없으면 다음은 일사천리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연다. 먼지떨이로 살살 구석구석 먼지를 턴다. 청소기에 물걸레를 끼우고 먼지 흡입과 동시에 걸레질을 한다. 예전에 진공청소기를 보고 세상 참 좋아졌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3년 전에는 물거레와 먼지 흡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청소기를 구입한 뒤 청소에 취미가 생긴 것이라는 믿음이 들기 시작했다. 하얀 걸레에 먼지가 묻어나고 청소기 먼지통에 각종 쓰레기와 머리카락이 수북이 담기면 밖에서 느끼기 어려운 자신감이 온몸을 감싼다.

온몸에 땀이 범벅이다. 눈이 따갑고 정수리가 간질거린다. 그대로 소파에 앉으면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 씻기로 한다. 욕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본 그는 요 며칠 한층 더 늙어버린 8 자 주름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이원장 나쁜 놈

이란 말을 중얼 거린다.

늙은 여우란 이 경우에 딱 맞는 말이다. 대표이사에게 수없이 많은 인맥을 자랑하고, 다른 사람을 무척이나 걱정하는 것처럼 애써 인상을 구기면서 한숨과 함께 자주 내뱉는 말이


하! 도대체 왜 그렇게 하셨대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으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늙은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 말을 반복했다. 늙은이가 직접 허락한 일도 결과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당사자를 불러 반복하는 말이다.

이날도 분명히 매년 반복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도 늙은이는 또 그 말을 내뱉는다. 그렇다고 그가 늙은이를 째려보거나 뚫어지게 보지는 않는다. 그동안 단련된 내공을 바탕으로 늙은이와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좀더 확인하고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다. 물론 그 문제를 늙은이에게 다시 보고할 일은 없다. 그저 늙은이에게 자기가 옳다는 점을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 1주일은 편안할 테니까.

그러던 그의 마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과 함께 어쩌면 지금 일을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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