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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향쌤 Apr 11. 2023

연애는 대학 가서 해!

벚꽃 엔딩? 동아리 엔딩??

너, 지금 정신이 있니? 없니??

대학입시(입학시험의 줄임말)가 코앞인데, 어디다 정신을 팔아?

대학만 들어가면, 다 할 수 있어!!!

연애, 여행, 하고 싶은 거

그런 거는 일단 대학 들어가고 나서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런 이야기를 요즘에도 하는 분들이 많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얼마 전까지는 꽤 많이 들어왔고, 해왔던 사회분위기였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요즘에도 줄어든 것 같기는 하지만, 꽤 이런 분위기들이 남아있는 것도 일정 부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왜 예전에는 이런 식의 말들을 많이 해왔고, 요즘에는 줄어들었을까요?


혹시, “놀고 먹고 대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요? 

너무 오래된 말이라. 또, 요즘에는 대학 분위기와 잘 맞지도 않고 해서 어색할 수 도 있는 말이 되었다 보입니다. 1997년 IMF(국제구제기금) 이전에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학생들 수가 적어서 대학 졸업장 자체가 요즘의 자격증 같은 보증수표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졸업장만 딸 수 있다면, 취업할 곳은 골라서 갈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그다지 시험성적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었고, F학점을 뜻하는 권총을 몇 개 찼느니 하는 말들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던 시절이었죠. 그래서, 전공학과와 별도로 자신의 취향과 관심 있는 분야의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활동이 아주 활발했습니다. 


누군가는 대학생의 낭만이라고 하기도 했고요. 보통 젊음이 가져다 주는 특별함으로 취급하기도 했지만, 본질은 취업의 걱정이 없는. 요는 먹고 살아가야하는 걱정거리가 사라진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혜택 같은것이지 않았을까요....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제공


그런, 대학 졸업 이후의 삶의 방향성들이 IMF이후에 대학 졸업장이라는 자격만으로는 취업활동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면서, 대학 졸업장에 더해서 나를 말해줄 수 있는 각종 자격증을 추가로 더 취득할 필요가 있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대학 동아리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동아리 활동도 영어동아리라든가 취업을 위한 자격증 획득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들만이 남게 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합니다.

2010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동아리 박람회 by 동아일보


그리고, 학사 자격증을 부여받는 대학교를 넘어 석사와 박사 자격증을 부여받을 수 있는 대학원으로 진학이 늘어나게 됩니다. 내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을 더 많이 갖추려는 의미가 되겠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에 소용이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도 생기게 됩니다. 그냥 아무 대학이나 입학해 졸업하기보다는 일치감치 자신의 진로를 정해 관련 자격증을 획득해 실질적인 경험을 쌓는 게 낫겠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대학 무용론도 고개를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복잡해지는 것 같지요?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도미노를 떠올려 최종 목적부터 역산을 해보면 의외로 간결하게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학을 가야 하나? 대학원을 가야 하나? 대학 말고 그냥 자격증을 획득해야 하나? 이 모든 게 취업과 연결되어 있는 게 보이시나요? 

일제 강점기에는 중학교만 졸업해도 초등학교 선생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고요? 중학교 졸업하는 분들이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대학교라는 특정 대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해,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이라는 시험에 합격해야 가능합니다.


대학교 졸업장도, 대학원 졸업장도 일종의 자격증이라고 본다면, 취업에 유리하고 절대다수가 신뢰하는 졸업장은 국가가 준비하고 인정하는 국가자격증일 것입니다. 자격증에는 국가가 진행하지 않는 민간자격증도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교사, 의사, 약사, 변호사, 각종 기사(전기기사, 안전기사 등) 국가가 인정하는 국가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지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학은 국립이 있고, 사립이 있기에 보통 국가가 설립하고 관리하는 국립대 자격증을 선호합니다만, 최근에는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교보다는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교를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취업과 관련되는 분위기 같습니다만, 대학입학이나 졸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자격증의 취득이라고 보입니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의 중요성은 후순위로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의사자격증 시험에 통과하면 그냥 의사 선생님이신 거지. 서울대 의대를 나와 의사자격증 시험에 합격하셨거나 지방 의대를 나와 의사자격증 시험에 합격하셨거나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비슷하게 박사학위도 그렇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박사님이신거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전공이 무엇인지 어디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닌 것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광한루. 춘향이 그네를 탔던...


벚꽃 엔딩처럼 대학교 동아리 엔딩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대학교만 들어가면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시험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 때문이죠. 그리고, 많은 대학생 분들이 그 엄연한 현실을 알고 느끼고 실천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혹시, 느끼지 못하고 고등학생까지의 엄격함보다 살짝 여유로운 것 같은 대학생활의  시간 관리에 실패에 그냥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분이 계시다면 곤란하겠지요.


에후리쳐 덥썩 안고 두 몸이 한 몸 되었구나. 네 몸이 내 몸이요, 네 살이 내 살이라. 호탕하고 무르녹아 여산폭포(廬山瀑布)에 돌 구르듯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비점가(批點歌)로 화답한다. - 춘향전 도남문고본 중 -

이때, 춘향이 16살 이몽룡이 17살입니다. 


지금 시선으로 보면 중, 고등학생 나이인데 너무 파격적인 내용인데다 춘향전의 이 부분 전후로 더 파격적인 연애 내용들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결혼적령기이기에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20대 후반도 결혼 적령기로 보지 않는 분위기로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사회가 더 복잡하게 발전하면 할수록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나 그것을 또 증명해야 하는 자격증들도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더 좋은 사회로 되어 가는 것인지 궁금할 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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