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묻는 것에서 성인이 된 후 취업 등을 위해 특기가 뭐냐는 질문으로 바뀔 때 운동선수나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진짜 내 특기가 뭐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정해놓게 됐다. 그래서 내 특기가 뭐냐고? 내 특기는 남들 앞에 서서 말하기 또는 강의하기다.
체대입시에 실패한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무회계라는 전공을 선택했다. 처음엔 이걸 왜 배워야 하나라는 생각에 제대로 적응조차 힘들었다.
이대로는 도태될 수 없다는 생각과 적지 않은 등록금을 냈으니 전액 장학금을 받아야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점차 고등학교 때 배우던 추상적인 학문과 달리, 실무에서 곧장 활용 가능한 실용학문을 배울 수 있다는 데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1학기 때 배운 회계원리와 세법은 원론 수준이었기 때문에 반복 숙달하면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고 이때 바로 강의를 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 조교로 일하던 선배가 본인이 일했던 전산회계 컴퓨터학원에서 강의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으면서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전산회계 자격증 취득을 도와줄 수준은 된다고 생각해 바로 강의현장에 뛰어들었다. 대학수업을 듣고 복습하는 개념으로 강의를 준비했다. 아울러, 학과에 멘토링 제도가 도입돼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고 군 전역 이후 학점 및 자기관리에 대해 동급생들에게 특강을 하기도 했다.
눈높이에 맞는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스스로 놓치고 있던 부분을 챙길 수 있었고 동급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던 것 같다. 1학기에 차석을 한 이후로 내내 수석을 차지했고 수석으로 졸업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군 제대 후에도 이어진 학원 원장님과의 인연으로 나는 상대적으로 힘든 알바를 하지 않고 학원에서 일하고 대학생 과외도 하며 쏠쏠한 용돈을 벌었다. 아마 언론사에 취업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배울 때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어떤 점인지, 무엇을 강조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면서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고 남들 앞에서 말하는 연습도 자연스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목소리도 떨리고 무슨 말을 하고있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강단에 서는 경험을 두루 거치며 자연스레 역량을 쌓게 된 것이다.
안산시청에서도 임용 2개월 만에 직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할 기회를 얻었다. 보도자료 작성 및 언론대응 교육을 강의했는데 참여한 공무원의 만족도가 97%를 상회했다.
시청 직원들도 관련 교육을 받지 않고 정책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었고 나름대로 실무에서 겪으며 쌓인 지식을 눈높이에 맞춰 실무형 강의를 진행하니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과 차이는 있겠지만 정치도 내 생각과 가치관을 말로서 전달하는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이 부분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가령, 대통령선거 당시 마이크를 들고 연설하는 것을 즐겼고 관심을 끌었다. 안산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금천구, 관악구, 화성 동탄 등 당의 험지인 지역을 찾아 내 생각과 당위성을 말로 표현하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
배운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자존감도 높아지는 경험도 다수할 수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잘 정리해서 표현하는 게 익숙 해지다 보니 어느덧 특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사람을 만나 내 편으로 만들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게 정치적 역량으로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학원 진학을 통해 경영과 행정을 배우고, 정치적 견문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 배우는 게 있다면 강의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아울러, 언젠가 패널로서 방송에 출연해 스피커로서 정책을 전하며 전면에 나서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토론 연습도 필요하고 화법이나 톤 조절, 몸짓 등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채워 나가려 한다.
이렇게 내 특기를 물어보면 다소 특이할 수 있지만 "나는 자신 있게 강의하기요"라고 답하게 됐다.
언젠가 이렇게 쓴 책을 토대로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자기계발법 등을 전달하는 강의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