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기 위해 현명한 포기가 필요하다
저녁 퇴근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작은 상자 하나를 건넸다. '이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니 '아빠가 평소에 갖고 싶었던 것'이라 한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상자 뚜껑을 열었다. 손목시계였다. 가끔씩 시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을 와이프가 기억했나 보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저녁을 먹은 후 시계 상자를 가지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제대로 시계를 착용해 보았다. 멋지다. 그런데 시곗줄이 너무 길었다. 기성품을 구매하다 보니 줄 조정이 되지 않은 상태로 배송이 된 모양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동네 근처에 시계점이 있어서 내일 중으로 시계를 맡기기로 하고 다른 일을 하려는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금속 재질의 줄이라면 스스로 줄 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손목시계 줄 조정 쉽게 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읽어보니 아주 간단했다. 준비물로 스마트폰 유심 교체용 핀 하나면 끝이다. 당연히 집에 있다. 괜스레 공돈 날릴 뻔했다.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이래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하는 법이다.
곧바로 스마트폰 유심 교체용 핀을 준비하여 인터넷 설명 내용대로 시계 금속줄에 난 조그만 구멍 속으로 핀을 밀어 넣었다. 그런데 그 안의 얇은 심이 밀리지 않는다. 블로그 설명대로라면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시곗줄 마디 아래에 있는 구멍 속 얇은 심을 스마트폰 유심 핀으로 밀면 반대쪽으로 그 심이 쉽게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밀어도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안쪽 심이 휘어진 건지, 줄이 안 맞아서 그런 건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혼자 낑낑거리고 있는데 와이프가 안방으로 들어왔다. 내가 용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자기가 해 보겠다고 한다. 하는 수없이 시계와 도구를 넘겨주었다. 와이프가 몇 번 시도를 해 보더니 찌르는 도구를 교체해야 하겠다며 바느질 용 바늘을 가지고 온다. 나름의 전략을 활용하여 열심히 구멍을 쑤셔대고 있다. 역시나 꿈쩍도 안 한다. 와이프는 안 된다며 나에게 물건을 넘겨주었다.
살짝 빈정이 상한 나는, '오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라며 단기 챌린지를 시작했다. 이번엔 니퍼까지 동원해서 핀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힘껏 핀을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꾹! 푹! 앗! 유심 교체용 핀이 휘어졌다. 갤럭시폰 용 핀이 약해서 그런가 보다. 아이폰 용 핀을 준비했다. 또다시 쑤셔 넣었다. 꾹! 푹! 악! 이 녀석도 휘어졌다. 정말 구멍이 작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와이프가 썼던 바늘을 이용해서 회심의 일격을 노렸다. 힘차게 구멍을 향해 돌진했다. 꾹! 뚝! 헉!...
바늘이 부러졌다. 와이프 몰래 바늘 조각을 주워 쓰레기봉투에 버렸다.
약 1시간가량을 시곗줄과 씨름했건만, 구멍 속 핀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결국 거사를 포기해야만 했다. 포기는 배추 셀 때에나 쓰이는 단어인 줄 알았던 나에게, 시곗줄은 또 다른 분야에서도 포기가 존재함을 알려 주었다. '열정과 도전이 항상 성공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교훈을 오늘 또다시 배우게 된다.
전략적 포기라는 것이 있다. '아그리파 컨설팅' 대표인 폴 럴켄스는 말한다. "'포기하는 자는 승자가 되지 못한다.'라는 말은 틀렸다. 승자는 늘 포기하고 그만둔다. 다만 현명하게 포기 결정을 내릴 뿐이다. '전략적 포기'는 시간을 쏟을 만한 가치가 없는 일들을 포기하는 것, 혹은 그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포기를 통해 얻은 에너지는 더 위대한 다른 일을 위해 쓸 수 있다."
옳은 말이다. 만약 내가 시곗줄을 조절하느라 허비했던 한 시간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 활용했다면 그 한 시간은 훨씬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포기의 지혜가 필요하다.
포기의 지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KTB 인큐베이팅'의 송낙경 사장은 말한다. "기업은 성장하면서 많은 것들을 하려고 욕심을 낸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역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역량을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벤처기업이 글로벌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초창기에 지닌 핵심 역량을 극대화시키고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거시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폴 럴켄스 대표와 송낙경 사장의 주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나의 역량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포기를 하되, 대신 내가 가진 핵심 역량, 즉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간을 집중 투자한다. 즉,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러키》의 김작가가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가 못하는 일을 보완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나는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된다. 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오히려 나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여 나만의 역량을 극대화할 때 능력 중심의 경쟁시대에서 치고 나갈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 때로는 현명하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포기함으로써 얻어지는 그 시간을 나만의 무기를 갈고닦는데 투자해야 한다.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를 만나보자.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의 경쟁력에서 뒤처짐을 직감했을 때, 그는 과감히 컴퓨터를 포기하고 대신 모바일 폰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아이폰이라는 신무기를 창조해 냈다. 잡스야말로 포기의 지혜를 아는 사람이다. 물론 잡스의 포기의 지혜를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잡스의 창의성과 잡스의 무한도전 정신을 겸비할 수 없다면 자청이나 신사임당과 같은 동시대 인물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롤 모델로 삼아도 된다. 대신 그들의 사례를 통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온전히 자신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포기의 지혜를 실천함으로써 내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분야를 찾아내고 이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를 성장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선택과 집중, 실천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