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 한바구니 Sep 06. 2023

때가 있다. 때가 다르다.

기다림과 성공의 관계


출근길에 하늘을 본다. 잔뜩 찌푸린 것이 언제라도 비를 내릴 준비가 된 모습이다. 

날씨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내 기분도 차츰 차분해지면서도 다운이 되는 느낌이다. 차를 타고 지나면서 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과 꽃들을 본다. 그런데 이상하다. 꽃들과 나무들은 마치 언제든지 하늘의 비를 받을 준비가 된 듯하다. 


나무마다, 꽃마다 발화의 시기가 다르다. 

같은 꽃 나무라도 피는 시기가 다르고 한 나무에서 나오는 줄기라도 꽃의 크기가 다르다. 같은 환경, 같은 온도, 같은 햇살을 받는데 왜 이들은 싹을 틔우는 시기도 다르고 꽃을 피우는 모양도 다를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출근길의 꽃



과학적으로 어떻고, 식물의 구조가 어떻고, 이런 이론 전개는 나의 감성을 깰 뿐이다. 오늘 아침은 그저 자연이 주는 현상과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받고 싶다. 싹을 틔우는 시기야 어떻든, 꽃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환경이 어떻든, 이제는 때가 되었다. 


농부들도 때가 되면 땅을 개간하고, 농지에 물을 대고, 씨를 뿌려야 한다. 

농번기라고 불리는 봄 한철이 되면 농부들은 게으름을 피울 겨를이 없다. 농부들은 본능적으로 농사철을 느낀다. 본능적으로 밭을 갈아엎을 시기를 알고, 본능적으로 모내기를 할 시기를 느낀다.  피곤하다고, 놀고 싶다고 시기를 건너뛸 수 없다. 자연의 부름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그 해 농사는 포기해야 한다. 




우리의 삶에도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때가 다르다. 

우리의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 교장선생님께서 하셨던 훈화 말씀이 기억난다. 


"여러분의 자녀들은 꽃과 같습니다. 

어떤 꽃은 빨리 피지만, 어떤 꽃은 늦게 핍니다. 

꽃들은 피는 시기가 다릅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핍니다. 

그 꽃이 필 때까지 믿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꼭 아이들만 해당될까? 

어른들도 꽃이다. 외모는 할미꽃이더라도 꽃은 꽃이다. 

어른들에게도 꽃 주기가 있고 열매 주기가 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에는 언제나 '처음'이라는 시기가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예외 없이 '초보' 시기를 거쳐야 한다. 초보는 어느 분야, 어느 단계에나 있지만, 그 초보의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게 되는 것이다. 초보의 시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이 있다. 누구보다 더욱 열심히 해서 빠르게 초보를 탈출하려 한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먼저 초보에서 중급단계로 넘어간다. 하지만 중급단계에서 마스터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또 다른 상황이다. 경험과 기술, 자신만의 노하우를 익히게 되면 비로소 자격검정 시기를 거쳐 정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빠르게 초보를 탈출한 사람도 이 과정에서 성실한 사람에게 선두의 자리를 내주기도 한다.


빠른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 흉내를 낸다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나이가 차고 "때"가 되면 어른이 된다. 누구에게나 때가 있듯, 누구에게나 때의 시기가 다르다. 시간을 가지고, 인내를 가지고 천천히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즐겼으면 한다. 


빠르게 하다 보면 속이 빈 강정이 될 수 있다. 

세월을 견뎌내고 숙성이 되어 깊은 맛을 내는 된장처럼,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면 좋겠다. 나만의 때, 나만의 과정이 있음을 알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길을 꾸준히 가길 바란다. 시작 전 방향을 잘 잡고, 과정에서 방향을 올바르게 수정하고, 마지막까지 방향키를 놓지 말아야 한다. 그 과정에 행운이 있고, 그 안에 감사가 있고, 그 안에 성공이 있으리라.

                     

작가의 이전글 자녀교육보다 중요한 부모성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