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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 Lion Oct 25. 2023

프랑스의 티베트 불교

프랑스에서 템플 스테이


남편과 나의 이번 여름휴가 목적지는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 지방에 위치한 티베트 불교 사원인 팔덴상파(Paldenshangpa)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차로 쉼 없이 5시간을 달려야 다다를 수 있다. 거리가 꽤 멀고 오래 머물면서 기도하고 싶은 마음에 총 2박 3일 예약하였다.




1987년에 설립된 이 사원은 티베트 4대 불교 종파 중의 하나인 까르마 까규(Karma Kagyu) 전통을 따르지만 마르파에서 유래한 마르파 카규 초기 4대 종파에는 속하지 않는 별도 법맥인 상빠 꺄규(Sangpa Kagyu) 사찰이며 깔루 린포체가 속하신 종파이다. 법맥은 다르나 두 종파는 서로 스승이 서로 겹치거나 연관이 있으며 현재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부르고뉴 지방의 라 불라예 (La Boulaye)라는 작은 마을, 광활한 푸른 언덕의 땅에 세워진 이 사원은 비교적 찾기 힘든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매년 불자들을 비롯해 불교문화에 관심을 가진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그것은 세계적인 영적 스승, 틱낫한 스님께서 세우신 수행공동체인 플럼 빌리지(plum village)가 있고, 약 5백만 명의 불교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유럽 최대의 불교 국가 프랑스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사원은 까루 린포체 (Kalou Rinpoche)의 프랑스인 제자, Didier Garanger와 그의 아내에 의해 1974년에 설립되었으며, 1987년 유럽 최초로 지어진 티베트 사원이라고 한다.


이 사원의 외관은 부처님의 몸과 말, 마음을 상징하는 3단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려한 색채보다는 절제미가 비교적 수려한데 건축 당시 부탄의 기술자들이 직접 참여해 부탄 스타일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Paldenshangpa. La Boulaye


사원 중앙의 윗부분에는 불교의 중요한 상징인 법륜과 양 옆에 자리한 두 마리의 사슴이 보인다. (La Roue du Dharma flanquée des deux biches). 법륜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을 상징하며, 바퀴 자체는 이동하며 불법을 널리 전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법륜 내의 8개의 바큇살은 팔정도를 나타내는데 팔정도는 정견(正見)·정사유(正思惟)·정어(正語)·정업(正業)·정명(正命)·정념(正念)·정정진(正精進)·정정(正定)을 말한다. 이는 깨달음을 성취하는 원인이 되는 여덟 개의 성스러운 길, 수단 또는 실천 덕목이며 양 옆의 사슴은 부처님의 제자를 상징한다.


이 금빛으로 빛나는 법륜과 사슴은 이처럼 항상 사원 지붕의 중앙을 장식한다



티베트 불교의 상징인 스투파가 본 법당 둘레에 자리해, 하늘을 향해 뾰족한 첨탑을 조화롭게 들어 올리며 부처님의 가피를 널리 퍼뜨린다. 티베트, 부탄과 같이 히말라야의 티베트 영향 지역의 탑은, 일반적으로 티베트 용어를 반영하여 영어로 초르텐(chortens)이라고도 불리며 프랑스어로는 스투파(Stoupa)라 한다.


스투파는 깨달은 존재의 절대적인 정신 또는 육체(dharmakaya)를 상징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parinirvana) 직후에 16개의 큰 사리탑이 세워졌는데. 그중 8개인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리탑은, 부처님 생애 여덟 가지 주요 사건을 기념하며 사건의 순서대로 배열하는 경우가 많다.


좌측의 대형 스투파는 1980년에 건립되었으며, 서양 최초로 지어진 스투파라고 한다. 정상에는 달과 태양, 정상의 보석을 상징하는 구조물로 장식되어 있는데, 달은 모든 고통의 소멸을, 태양은 천 개의 자비로운 빛의 광채를 상징하며, 왕관의 보석은 모든 소원의 성취를 상징한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이 사원의 내부는 복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에 석가모니 부처님 그리고 좌우로 파드마삼바바와 그린타라 보살이 자리하고 계신다.



파드마 삼바바 (Padma Sambhava)는 8세기에 인도의 밀교를 티베트에 전한 상징적인 인물이며 구루 린포체(Guru Rinpoche)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파드마삼바바는 아미타불의 화신(化身)으로 여겨지며 전통적으로 “두 번째 부처”로 숭배되기도 한다.


우측에 자리하신 녹색타라(Green Tara) 보살관세음보살의 눈물에서 화현 한 보살이며 모든 부처의 어머니로 여겨진다.



중앙에 자리하신 석가모니 부처님 앞에는 2대 까루 린포체 (Kalou Rinpoche)의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이 장엄한 좌대는 불교 고승들이 대중들께 법문을 설하실 때 자리하시는 곳이다. 이는 성스러운 가르침을 의미하므로 법당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좌대를 덮은 앞쪽의 천에는 교차된 이중 바즈라(double vajra)가 보이는데, 이는 절대적 안정과 불멸의 상징으로, 고통 너머 변하지 않고 자유로운 마음의 본질을 상징하며, 장기간의 명상 수행 시 관상수행으로서 시각화하기도 할 만큼 중요하다.


바즈라(Vajra)는 금강저라고도 하며 불교의 주요 상징 중의 하나이다. 산스크리트어로(वज्र. Vajra) '단단하고 강력한'이라는 뜻이 있고 티베트어로는 도르제(tib.rdo-rje), 뚫을 수 없고 불멸하며 파괴할 수 없는 다이아몬드(tib. pha-lam), 절대적 실재의 본질, 즉 부처님의 깨달음을 상징한다.


바즈라 둘레의 네 모서리에는 안정과 불멸의 상징인 만자가 새겨져 있으며 이 상징은 깨달음의 흔들리지 않는 토대를 상징한다.



이렇듯 법당 내부는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불상과 함께, 생동감 넘치는 색상의 수많은 탕카와 만다라가 벽면과 천장에 가득하며, 2층에는 대형 모래 만다라가 따로 전시되어 있다.



달라이 라마. Tenzin Gyatso (14e dalaï-lama)

티베트 불교 4대 종파 중 하나인 겔룩파의 제14대 달라이라마 텐진갸초는 티베트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관세음보살의 현신으로 여겨지며 티베트인들을 넘어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절대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또르마(Torma)라고 하는 정성스러운 공양물로 장식되어 있는 불단. 또르마는 보리가루, 버터 등을 주재료에 설탕, 꿀, 우유 등을 첨가하여 만드는 공양물로 보리가루를 반죽해서 기본 구조를 만든 뒤 버터를 이용하여 부처님, 호법신, 스승님 등의 모습을 정교하게 만든다. 또르마라는 단어는 어원적으로 '해체' '흩어짐'을 의미하며 이는 불완전과 혼란등으로 오염된 내면의 더러움을 '흩어지게 한다''제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본 법당인 1층은 예불 시간에만 출입이 가능하며, 2층은 관람객을 위해 소정의 입장료를 내면 출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기념품을 파는 상점에서 당일 예약을 하면 가이드를 포함한 작은 투어에 참여할 수 있고 법당 내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나는 법당에 오래 머물고 싶어 총 2박 3일을 예약하고 먼 길을 왔던지라, 사찰 도착 직후 예불시간에만 본 법당이 개방된다는 사실을 듣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프랑스에 있는 사원들은 한국처럼 법당을 자유로이 개방해 두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방문 전에 반드시 사원의 주요 행사나 기도 스케줄 그리고 법당 개방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법당 뒤쪽으로 보이는 큰 건물이 방문자들의 숙소가 갖춰져 있는 건물이다. 1층에는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종무실 그리고 책과 기념품등을 구입할 수 있는 작은 상점과 공양간이 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을 하면 이렇게 사원 내부에 마련된 곳에서 숙식할 수 있으며, 방 내부에는 작지만 개인 화장실도 포함되어 있다.


그 외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도미토리나 독립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작은 오두막도 있어 폭이 넓지는 않지만, 방의 크기와 형태가 선택 가능하다. 식사는 전부 채식으로 제공되며 머무는 기간 내 식사의 횟수 또한 선택 가능하다.



사원 주변은 매우 아름답게 조성이 되어있고,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드문드문 들릴뿐 대체적으로 고요하다. 머무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사원 주변을 거닐며 조용히 사색하고 기도를 하기도 했는데, 곳곳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고 본 법당 외에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작게나마 따로 마련되어 있어 혼자 조용히 기도하거나 명상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떠나는 날, 본 법당에서 아침 예불을 마치고 이 작은 법당에 앉아 기도도 하고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곳에 머무는 3일 동안, 조금은 시끄럽고 어지럽던 내면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당일에도 쉽게 절에 갈 수 있는 한국과는 달리, 마음먹고 먼 길을 달려가야 하는지라 프랑스에서는 절에 머무는 그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프랑스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불교 사원이 꽤 많이 있다.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불교를 종교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프랑스인 불자들 역시 생각보다 꽤 많이 있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불교 서적이나 번역된 경전을 찾기가 비교적 어렵지 않아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앞으로도 프랑스에서 꾸준히 공부를 이어갈 것이며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틈틈이 프랑스에 있는 불교 사원을 다 방문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프랑스에 있는 불교사원을 순례하는 그 길을 천천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 주로 프랑스어로 번역된 경전과 책을 보기에 명칭 표기는 프랑스어로 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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