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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야 Jun 03. 2024

오늘 땡잡았다.

재활용품 분리장에서

책을 읽을 때 어느 순간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꼭 연필로 줄을 긋어 가면서 읽지 않으면 집중이 안된다. 또한 도서관에 책을 대여해서 읽고 싶지만 나의 독서 스타일이 하루 두 페이지씩 읽는 습관이라 반납 기한을 지키기도 어려워 천상 구입해서 읽는다.  한 달에 두 권정도는 구입해서 읽는 듯하다.


우리 아파트 재활용품 배출하는 요일이 주말이다. 토요일 우연찮게 재활용품 배출장소를 지나는데. 수북이 쌓인 책들을 발견하였다. 종종 동화책이 있어 다혜 씨가 읽으면 좋을 듯싶어 들고 오긴 했지만, 소설류의 책은 처음 분리수거장에서 발견하였다. 지나치게 두껍지도, 글자체도 작지 않았다.


난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인가! 후배가 박경리의 {토지}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tv로 재미있게 시청하였지만 책으로 읽어보지 않았다. 대하소설 토지 20권을 이미 완독 한 그녀는 재미있게 보았다며 강력히 추천하였다. 도서관을 잘 이용하지 않는 나는 큼 맘먹고 일권을 대여했다. 그다지 문장이 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날짜는 다가오고 몇 장도 넘기지 못하고  반납하였다. 내가 소설을 읽기 위한 도전이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내 분야의 전공서나 자기 계발서 등 실질적인 현실에 도움이 되는 위주로 책 읽기를 하는 듯싶다. 그다지 어느 책을 읽느냐가 나한테는 중요하지 않았다. 책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가 중요했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내 사고의 폭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 할까?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좀 더 넓힌 것이 철학 관련 책을 읽었다.


이제는 그것도 좀 아쉽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고, 후배의 소설 읽기 권유가 마음을 조금씩 흔들었다. 이러한 무의식의 욕구가 자리 잡혀서 그런가 '쓰레기 분리수거 장소에서 발견한 소설책'이 한눈에 들어온 듯싶다.


박스를 들고 오는 이는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박스로 한 차례 갖다고 놓고 또다시 박스로 갖다 놓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보았던 거예요. 지금은 보지 않아서요"라며 박스에서 꺼낸다. 옆에서 책을 주어 담고 있는 나는 "매우 새 책인데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끙끙거리며 20여 권 정도의 책을 들고 집으로 갖고 들어왔다.


2005년 출판된 책으로 논술대비 주니어용으로 출판된 문학집이다.  이해하기도 싶고 글자크기도 12포인트  시력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다.


책 안도 매우 깨끗했다. 맘껏 연필로 줄을 그어 읽을 수 있고, 말로만 듣던 양서의 소설을 읽을 수 있고 책 지출비용도 줄어 기분이 좋았다.  그 당시의 책의 가격이 한 권당 7,500원이다. 20권 정도 되니 가격이 대략 15만 원이다. 지금 그 제목으로 가격을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니 지금도 비슷한 가격대이다. 책값이 무척 저렴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난 땡잡았다. 횡재했다.


언제까지 다 읽을지 모르겠지만, 소파 옆에 쌓아둔 책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흐뭇한 느낌이 든다. 이제 소설 읽기에 도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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