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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Aug 05. 2023

아웃사이더: 오베

영화 '오베라는 남자' (2015)

#스웨덴 동네 아싸 할아버지


오베씨는 괴팍한 고집불통 노인이다.

불만 가득한 얼굴에 매사에 성질만 낸다. 동네 이웃들의 살가운 인사 무시는 기본 중의 기본 - 당연히 동네에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던 아내 소냐마저 세상을 떠나자 남은 소원 하나는 그저 아내를 따라가는 것뿐이다.

그러나 살기보다 죽기가 더 어렵다 - 왜냐? 그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


죽으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가 항상 성가시게 한다


#죽기가 쉽지 않다


자살에 집중(?) 하기 어렵게 성가시게 구는 사람들이 많다.


시끄럽게 구는 옆집에 이사 온 가족도 도와줘야 하고,

내가 안 데려다주면 계속 징징거릴 것 같은 다친 이웃도 병원에 데려다줘야 하며,

곧 교통사고를 낼 것만 같아 그를 불안하게 하는 임산부 이웃의 운전도 가르쳐줘야 한다.

눈에 밟히는 다친 길고양이도 돌봐주는 것이 좋겠고,

심지어 과거 자신을 배신한 친구가 난방이 안된다고 징징거리는 게 듣기 싫어 도와줘야 한다.


친절함을 베풀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본인이 해결하는 게 성가심을 해결하는 길이라 그런 건데, 웬걸 마을사람들은 ‘오베 할아버지의 진면목을 이제야 보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감사함과 애정을 느끼게 된다.


오베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어, 나 죽어야 하는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왜 나를 좋아하는 거냐


#감사함의 힘


자신도 모르게 타인들에 의해서 강제 인싸가 되어버린 오베 씨는 처음으로 그런 관심을 받으면서 세상에 마음을 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 간다.


우리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참 자주 한다.

버스를 탈 때도, 편의점에서도, 학교에서도, 회사에도, 집에서도 습관 처럼 하는 말이다.

언어가 달라도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을 것이다.


그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감사함을 담은 한마디들이 고집불통 스웨덴 할아버지도 변화시켰다 - 마을 사람들이 오베 씨에게 표현한 감사함이 그 또한 이 세상을 사랑하게 만든 거다.


물론, 그의 목표였던 자살은 없던 일이 되었다.


오베 할아버지는 더 이상 아싸가 아니다


감사함은 마치 복리 같다.


이자에 이자가 붙어 눈덩이처럼 불어 나듯이, 누군가에게 받은 감사함의 표현은 내 안에서 복리계산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또다시 재투자된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 또한 같은 로직으로 내 안에서 증폭되어 다른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 종로에서 빰맞고 한강에 화풀이한다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선조들도 비슷했나 보다.


영화의 결말, 오베는 감사함의 힘을 충분히 즐기다 침대에서 조용히 영면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 자신이 운전을 가르쳤던 임산부 이웃 (파르바네)의 가족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준 것.


여기서 더 감동적인 일이 일어나는데, 그녀의 가족은 그 돈을 쓰는 대신 오베의 이름으로 된 기부 단체를 만들어 전액 기부했다 - 이 정도면 감동 주고받기 경쟁 수준이다.

그리고 모든 이웃이 모여 고인을 기르는 장례식을 하며 막을 내린다.


오늘의 아웃사이더와 이웃들은 꽤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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