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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Jul 05. 2023

언더독: 일현

영화 '돈' (2019)

#부자가 되고 싶어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조일현


대한민국의 경제 중심 여의도 증권회사에는 돈과 빽 있는 애들이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 - 시골에서 복분자 농사를 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일현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돈 많이 버는 꿈을 이뤄보고자 그는 면접에서 코스피 종목 코드를 죄다 외우는 괴력을 발휘해 입사했다.

동기 전우성이라는 애가 있는데 (이름마저도 멋있다) 탄탄한 기업 사장 아들이란다 - 동기형을 위해서 아버지에게 부탁해 일현의 부모님 복분자 200박스를 쿨하게 주문할 능력이 있는 그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남은 한 가지 방법은 일이라도 잘해서 인정받는 것일 텐데 그것도 못한다. 매일 수수료 0원 행진.

나날이 낮아지는 자존감을 회식 중에 상사에게 술꼬장으로 풀어 버렸다 - 이대로 가면 곧 해고 확정이다.



#일현이는 탑독이 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한다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회사 선배가 잠깐 보자고 한다. 그리고 한마디를 날리는데.


너 번호표라는 사람 한번 만나 볼래?

이건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알고 보니 번호표라는 사람은 전설적인 주식 작전 설계자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를 할 건데 그 일을 함께할 막내를 찾는단다 - 일현은 생각한다, 이게 기회구나!


운명의 날, 시키는 데로 주문을 넣으니 이게 웬걸 돈이 잭팟처럼 터진다.

순식간에 팀 내에서 에이스가 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동료들에게 술값을 쏘고, 부모님 농장에 일할 사람들은 보내 효자노릇도 하고, 고급 아파트로 이사도 가고, 같은 팀에 시크하지만 이쁜 대리와 그렇고 그런 사이로 발전한다.


동시에 커져가는 자신감은 오만함으로 변해 주위 사람들과의 사이를 악화시킨다 - 동기 우성이 와도 멀어졌고, 6년 사귄 여자친구와도 끝났다.


그가 그토록 갖길 원했던 돈은 그의 인생에 행운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그런 식으로 탑독이 되느니 언더독으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안타깝게도 불법적(?)으로 신분상승을 한 일현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같은 검사에게 제대로 걸린 것, 더군다나 번호표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사람을 쓰고 팽할 때는 죽여버리는 사이코 패스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추락하는 일현의 속도는 무섭게 빨랐고 결국 그는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왔다.


차라리 정직하게 살면서 욕먹을 때가 나았다!


대부분의 언더독 스토리는 보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자극해 응원를 하고 싶게 한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새로운 교훈을 줬다 - 부당한 방법으로 탑독이 되느니 차라리 아래에 깔려서 얻어터지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그러면 적어도 사람들이 응원해 주기라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짠하기도 하다.

단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순수한 꿈이 컸던 청춘은 번호표 같은 빌런들의 유혹에 취약했으며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절박함에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일현과 같은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필자에게 똑같은 제안이 왔다면 어땠을까 - 흠... 단칼에 거절은 절대 못했을 듯싶다 오늘도 쥐꼬리 같은 월급을 탓하며 부자 되는 재테크를 유튜브에 검색한 나라는 사람은 그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영화의 결말, 일현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검사를 도와 번호표를 잡는 것을 도우면서 끝난다. 그 과정에서 칼도 맞았다. 죄 값은 충분히 치룬 것 같으니 다시 응원해 봐도 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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