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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Jul 24. 2023

빌런: 용석

영화 '부산행' (2016)

#좀비보다 무서운 건 사람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대한민국, 한 KTX 열차가 부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속에 야비하게 생긴 남자 용석 - 그는 고속 회사 상무이사로 계약을 성사시키러 가는 중이다.


영화 초반 화장실에 숨어있던 노숙자를 두고 한 어린아이에게 "너 공부 안 하면 커서 저렇게 된다"라는 인성 터진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것부터가 싸했는데, 열차 내에도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자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한다.


대전역에서 감염자들이 있는 객차 부분을 분리해서 버리고 부산으로 가자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기장의 멱살 잡고 지X 하는 건 기본.

고등학생 진희가 친구들을 좀 기다려 달라고 하자 앞에 나서 "야 여기 있는 사람들은 살아야 될 것 아냐!" 라며 미친 듯이 화를 내고, 멀쩡히 살아서 가고 있다는 연락을 해온 그녀의 친구들을 두고 "걔네 감염 안된 거 확실해?"라는 악함의 종합 세트 같은 멘트들을 보여준다.

사람들 선동에도 탁월함을 보여,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주인공 일행들을 감염이 됐을지도 모르니 격리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관철시켰다.


이런 생고생을 하고 살아 돌아온 이들을 격리하자고 하다니


여기까지만 들어도 그는 빼도 박도 못하는 이 영화의 메인 빌런임에 틀림이 없다.


#빌런임을 떠나 그는 멍청하다


영화의 초반부까지만 해도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 얼마나 두려우면 저렇게 예민하게 굴까 나름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이해해 줄 만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주를 하고, 이건 단순히 나쁜 게 아닌 멍청한 놈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자신과 모두를 위해서 가장 바보 같은 방법들을 택했다.


- 첫 번째, 어렵게 살아 돌아온 주인공 일행들을 자신들 바로 뒤쪽에 격리시켰다. 용석이 있던 칸 앞쪽은 이미 좀비로 우글거리는 곳이 이었으니 만약 그들까지 감염자였다면 앞뒤로 포위당하는 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들을 그렇게 대하면 안 됐다. 좀비들로 우글거리는 칸을 뚫고 오면서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하는지를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하나인 마동석배우가 연기한 윤상화의 전투력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다니...). 그들의 경험을 이용해서 다 같이 으쌰으쌰 해도 모자랄 판에 그냥 적만 더 만들어 버리는 용석이는 참 멍청하다.


- 두 번째, 기장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도 큰 문제가 있다.


이런 고급인력까지 그런 식으로 대해?


기차로 부산까지 이동하는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가치 있는 고급인력은 기장이다. 그런데 용석은 그를 어떻게 대했나, 마치 자신이 기차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양 건방지게 굴면서 기차를 세우네 마네 대전역부터 트러블을 만들어댔다.

특히, 동대구역에서 주인공 일행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좀비들의 큰 습격을 받을 당시 유일하게 기차를 몰 수 있는 기장을 방패막이로 던지고 탈출한 것은 탄식이 나올 정도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자신의 목숨을 지나치게 우선시 한 나머지 당장 자신이 살 가능성만을 생각하고 그를 버린 것에 대한 대가는 바로 좀비에게 물리면서 톡톡히 치렀다.


용석이는 더럽게 이기적인 선택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하나도 부지하지 못한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인간이다.


#마무리


용석 정도로 밑도 끝도 없이 이기적이고 악한 사람들은 현실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믿는다.


그래도 그 바로 아래 티어 정도의 레벨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가장 최근 바이러스 사태가 현실에서 일어났을 때 어떠했나? 코로나에 걸리면 죽는 줄 알고 있었을 때, 주변에 확진자가 나오면 소심하게 눈치를 주는 것에서 시작해 주위 사람들이 점점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하면 이때다 싶어 악착같이 그들을 맹비난했던 사람들 말이다.


다수라는 무리 속에 숨어서 선을 넘어버린 비난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용석이 주인공 일행들을 내쫓을 때 주위에서 한 마디씩 던지면서 동의했던 그들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극한의 상황은 언젠가는 다 끝이 난다 -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과거 언행과 행동을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아 물론, 용석이 같은 어나더레벨의 빌런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그들은 후회, 부끄러움 따위의 감정들은 애초에 느끼지도 못하니까.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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