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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Jan 07. 2024

아웃사이더 그리고 빌런: 민성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

#자의식이 없는 삶을 산 민성


'안정적으로만 살자'라는 삶의 모토를 가진 김민성 씨.

공무원이 되고자 대학교 때 행정학을 전공했고, 소개팅으로 만난 아내 명화와 일찍 결혼했으며, 직장을 갖자마자 아파트를 샀다.

한국사회 '국룰' 코스를 성공적으로 이수한 민성이는 남들에게 뒤처지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모든 과정을 착실히 수료해 지금까지 왔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어렵게 자란 그에게 도전적인 삶은 사치 일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하기엔 본인의 주관이 없어도 너무 없고 주위사람들에게 휘둘리는 경향이 강하다, 잘생긴 얼굴은 자기주장이 참 강한데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큰 지진이 대한민국을 덮쳤고, 천운으로 그들의 아파트만 살아남았다.



#빌런의 길로 들어서다


재난 상황에서 그의 방어적인 성향은 우리 가족만 안전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

반면에 그의 아내 명화는 오지랖 넓은 이상주의자다, 그들의 아파트로 몰려드는 외부인들 중 아이를 안고 하루만 재워달라는 여자를 덥석 받아줬다 - 우리들 먹을 것도 없는데! 민성은 불만이다.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외부인들이 자신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로 모여드는 게 불만이었나 보다.

전에 없던 단결력을 발휘하여 주민대표를 뽑는 자리를 열고, 외부인 '바퀴벌레들' 퇴출을 위한 투표를 한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찬성' - 사람들이 제일 무섭고 잔인하다.



민성이 처럼 주관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누가 곁에 있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하필 주민대표로 뽑힌 영탁은 뿌리부터 글러먹은 악마다 - 사실 본인도 외부인인데 원래 이 아파트 주민을 죽이고 뻔뻔하게 주민대표까지 된 본투비 빌런.


그런 악인들이 제일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호구들을 발견하여 심복으로 포섭하는 일이다.

영탁의 눈에는 민성이 바로 들어왔다.

그리고 여지없이 그는 기꺼이 방범대의 반장이 되어 빌런짓을 돕기로 한다.


이 순간부터 민성의 신분은 주위 눈치만 보던 한국 사회의 아웃사이더에서 이 세상 가장 안전한 유토피아를 지키는 권력자의 오른팔이 되었다 - 인생의 황금기인 것만 같은 그의 눈빛에 살기가 돈다.


#민성의 최후


민성은 영탁이 이뻐할 만한 짓만 골라서 한다.

외부인 색출을 물론이고 식량을 구하러 떠나는 주변 원정에서도 돌격대 역할을 자처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두들겨 패는 것쯤은 기본이다.


그의 사랑하는 아내 명화는 그런 남편이 이젠 무섭다.

아파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식량을 구하러 밖에 나가 사람도 죽인다던데... 설마 우리 오빠가 그런 짓까지?.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소신'에 기반하여 외부인을 숨겨주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민성은 그런 아내를 보며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을까.



민성이의 꿈같은 빌런 생활도 오래가지 못한다.

정의는 승리하는 법 - 영탁은 정체가 탄로 났고 쫓겨났던 외부인들은 힘을 모아 아파트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칼을 맞고만 민성.


오늘의 주인공은 추락했다, 한국사회에서 눈치만 보던 아웃사이더 시절보다 더한 바닥으로.

그는 죽기 전에 이렇게 말한다.



딱 한 가지 내 인생에서 잘한 게 있다면 바로 명화 너와 결혼한 거야


한국영화 특유의 신파적인 마무리 대사를 친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말은 사실이다.

명화는 부모님 없이 자라 평생 피해의식과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남의 눈치만 보고 살던 아웃사이더 민성의 인생에 한줄기 빛이었다.

영탁의 수하에서 사람을 직접 죽이는 선을 넘는 행동도 할 수 있었던 상황에 끝까지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비현실적으로 이상적인 아내 덕분이었으리라 - 우연히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가 정말 귀인이었다.


칼을 맞고 과다출혈이 온 민성은 천사 같은 그녀 덕에 죽는 순간엔 자신에게 옳았던 방향을 깨달았다.

마침 그곳은 신성한 공간 교회였고 창문의 스테인글라스는 유독 아름답게 빛났다.


교훈 - 정말 소중한 한 사람의 영향력은 정말이지 엄청나다. 비록 지금의 당신이 부족함 투성이 일지라도!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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