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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남아 사랑꾼 Mar 02. 2024

한국 3대 막걸리를 마셔 보았나요

막걸리를 좋아하는 마누라


마누라 와인보단 막걸리를 좋아한다. 해외에서 근무할 때 막걸리, 막걸리 하다가 서울에 와서 원도 한도 없이 막걸리를 마셔 좋다고 한다.


그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파는 장수 막걸리와 지평 막걸리를 마시다가, 최근 소위 한국 3대 막걸리 중 '송명섭 막걸리'와 '금정산 막걸리'는 마셨는데 나머지 '해창 막걸리'는 못 마셨다고 한다. 주말 축구에 갔다 오다 둘째 아들이 해창 막걸리를  2병을 사 왔다.  근데 막걸리 값이 장난 아니다. 송명섭 막걸리는 1병에 13,000원이고 해창 막걸리도 12도짜리는 비슷한 가격이며 9도짜리가 10,000원이라고 한다. 난 술맛을 모르지만 3대 명주 중 하나라고 하여 해창 막걸리를 마셨는데, 유산균이 많고 좀 달짝지근해 내 입맛에는 맞다. 특히 좀 차게 해서 마시니 풍미가 더 있다. 내처는 비싸다며 이제 안 마신다고 하며 1병 3~4천 원인 금정산 먹거리를 마시겠다고 한다. 근데 금정산 막걸리는 한번 주문할 때 6병을 해야 해서 맛이 가시기 전에 1일 1병 마셔야 해서 조금 부담스럽다고 한다. 알고 보니 해창 막걸리도 한 번에 6병 주문해야 한다. 아무래도 가격 때문에 금정산 막걸리를 주문하는 듯하다.  내가 거들어주면 되지만 한잔만 해도 얼굴이 빨개졌다 하얘져 대작을 못한다.


금정산 막걸리 하면 2019년 부산에서 있은 중요한 행사가 생각난다. 그 당시 행사를 맡아 공식 만찬 건배주 후보로 부산 명물 금정산 막걸리를 검토하다가 관두었다. 내가 술맛을 좀 알았다면 밀어붙였을 수도 있었지만 술엔 영 잼병이라서 그리 못했다. 이제와 다시 금정산 막걸리를 마셔 보니 가성비 좋고 괜찮아 보였다. 외국인들도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멕시코 있을 때 테오티오칸 피라미드 방문할 때 그 근처에서 파는 손님용으로 가끔 마신 멕시코판 막걸리인 '뿔께'도 생각난다. 뿔께는 선인장을 발효해 만든 아스텍(Aztec) 제국의 술인데 발효되고 걸쭉하다는 점에서 우리 막걸리와 닮았으나 요새야 멕시코 서민도 마시는 술이라지만 아스텍 제국 당시에는 제물에만 쓰고 귀족들만 마셨다고 한다. 우리 막걸리는 귀족용은 아니고 오히려 서민용이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쌀이 모자라 쌀로 막걸리 만드는 것을 금지를 했고, 정부의 허가를 받은 상업적 술도가(막걸리 제조업체)와 짜고 행정당국이 꾸렸을지 싶은 수시 점검단이 동네를 덮치면 막걸리를 산속이나 짚단 속에 숨기느라 어린 나도 허둥되었던 기억이 있다.


막걸리 좋아하는 마누라 덕분에 막걸리 명주를 비롯해 이런저런 막걸리 맛을 본다. 특히 비가 오락 가락 하는 주말 어느 날,  막걸리 한잔 후 느긋한 낮잠이 좋다. 하지만 자기가 좋다고 실컷 마신 마누라가 옆에 있으면, 코가 삐뚤어지게 술 먹고 들어와 잠자는 남편들의 술냄새가 부인들이 왜 싫은지 이해가 간다. 술냄새 없는 막걸리가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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