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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남아 사랑꾼 Mar 25. 2024

오사카 구로몬 시장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생각하며


일본에 전염병 치사율이 30%가 넘는다는 언론보도가 가짜 뉴스 또는 과장 뉴스라고 애써 일축하면서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물어 물어 가다가 '구루몬 시장'에서 해물구이로 허기를 채웠다. 서울 광장시장의 바가지 가격으로 SNS에 떠들썩하던 생각이 났다. 외국 관광객 대상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싼 건 매 한 가지인가 싶다. 구로몬의  한자 의미는 '검은 문'이라는 뜻이라서 이름 값 한다고 혼자 아재 개그를 하며 다시 호텔을 찾아 나섰다.


어느 여행가가 말하기를 여행지를 알려면 일부로 길을 잃어 보라고까진 했으나 난 이런 고상한 의도가 아니라 스마트폰 길 찾기 앱을 보아도 동서남북을 모르는 길치인 마누라와 아날로그식의 발품에 익숙해서다.


오사카 시내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난바 신바이사이 쪽 호텔에서 4박을 하며 점심저녁 하러 나올 때마다 길을 잃어 마다 보 하루 2만 보는 훌쩍 넘는다. 운동 잘했다고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집으로 갈 때인데 이제 구석구석이 보이고 15년 전 동경에서 일할 때 샀던 물건들과 일본어 가다나 간판도 보인다.


체크 아웃 후 시간이 남아 다시 인근 탐방을 이리저리 하다 보니 오사카 도착 시 헤매다 바가지를  쓴 구로몬 시장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바가지를 안 당하겠다며 벼루다가 구속진 곳에 운동 소바 노포를 보고 들어갔다. 오사카 방문 중 벚꽃은커녕 비가 계속 오고 기온마저 내려가 따끈한 우동은 제격이었다. 나이 든 아버지가 주방장이고 60살이 가까이 돼 보이는 딸이 서빙하는 테이블 2개 정도만 있는 시장통 식당이다. 우리야 아날로그식으로 이 집을 찾았지만 식장을 나 오는데  젊은 한국 관광객 서너 명이 맛집 검색을 하고 있다. 내가 맛있다고 알려주려는데 마누라가 눈짓한다. 오지랖 떨지 말라는 제스처다. 그들은 '디지털 노마드'로서 우리 같은 아날로그와는 다르게 소비한다는 말울 덧붙인다. 내이들이기도 한 자기 두 아들도 그렇다고 한다.


식당을 나오면서  노인장 요리사를 보며 문득 인구 문제가 생각이 난다.


우리나 일본이나 저출산고령화로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으나 우리가 더 심각하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우리는 0.72(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가 1명이 안되고 0.7명 의미)이고 2020년 일본 합계출산율은 1.34다. 주요 선진국 평균 1.75에 비하면 한국과 일본은 한참 모자라고 우리의 경우 저출산 속도가 너무 빨라 더 심각하다. 이와 동시에 일본과 한국은  65세 이상이 14%가 훌쩍 넘는 고령사회로서 늙어간다. 인구감소는 청년세대가 부모세대 연금을 대야 하는 하므로 사회복지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산업 노동자 부족, 학령인구 감소, 군자원 부족, 고령화사회의 간병인 부족 등 실로 여러 사회 문제가 있다.


우리는 그간 엄청남 예산(370조)을 투입해 저출산 대책을 세워 시행했으나 아이 낳겠다는 젊은이들은 점점 더 적다. 최근 대학 동창생 10명을 만나 등산 후 점심을 하는데 누가 여기 자녀 결혼시키거나 예정인 사람 있냐고 물었더니 한 명도 없었다. 합계출산율 0.72 통계에도 못 미친다. 이게 현실이다. 우리 집도 둘째는 올 하반기에 결혼한다지만 35세의 큰 아들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집집마다 다  고만고만할 것이다.


그럼 이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묘책은 없다. 다만 지난주 나도 초청받아 간  매경 인구대역전 국민보고 대회에서 향후 20~30년간 인구보너스를 누리는 아세안과 한국이 윈윈협력할 것이라는 내 조언의 구체적 내용이 나왔다. 이 보고대회에서 4개 키워드가 제시되었는데 우리 인구 대책에 시사점이 있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한덕수 총리와 주형환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대통령이 위원장)은 이번 제안을 4월 발표 저출산 대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4대 핵심 키워드는 가족, 분산, 이민, 기술이다. '가족' 키워드는 비용 부담만 아닌 자녀가 가져다주는 무형의 행복과 가족가치 부활을 통해 젊은 세대의 출산 양육을 도와주자는 것이다.  '분산'은 지방에 양질 일자리를 만들어 대도시 집중을 완화하자는 것이고, '이민'은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것이고, '기술'은 디지털, 로봇 등 4차 산업 혁신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유지 내지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처음 일본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노인의 청소하는 모습이었고, 체류 중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투숙 호텔 아침을 준비하는 여성 노인이었다. 호텔 청소와 보조는 동남아인들이었다. 세븐 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 천국 일본에선 외국인 근로자 없이 안 돌아갈 정도다. 이러다 보니 일본은 연 43만 명 외국 이민을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최저임금에 차별받는 외국인들이 대다수다. 대부분 '옆문(사이드 도어, 편법 또는 위장)'으로 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 기능생이나 유학 목적이지만 일은 한다.  일본 여행 중에 산 이와나미 문고 책('이민국가로서의 일본:공생으로의 전망')에서 다카하시 미야자마는 외국이민자들이 인권사각지대에 있다며 '정문(프런트 도어)' 방식으로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자고 하고, 단일 순수국가를 넘어 다문화 국가로 지향하며 공생의 사회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나아가 보수일본 사회에서 주장하기 어려운 출생지주의 및 이중국적 허용제안한다.  우리도 눈여겨볼 제안이다.


집사림이 내가 구르몬 시장 카페에서 이런 내용의 브런치 글을  쓰는 것을 보고선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우산이나 잊지 말고 잘 챙겨"라고 핀잔을 준다. 이제 우산 잘 챙겨 서울로 갈 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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