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남아 사랑꾼 Apr 28. 2024

제2의 삶을 살며

등산, 조연  그리고 독서


4월 마지막 일요일, 더위가 오기 전 자연을 즐겨야 할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이다.


모처럼 내가 좋아하는 집 근처 상명대 옆길~탕평대~비봉 북한산길을 걷는다. 등산로 입구에서 평소 단골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과 세븐 일레븐에서 서울우유 커피를 사 가방에 넣었다. 그간 여러 군데 김밥을 먹어보았지만 이 집만큼 내 시골 입맛을 잡는 곳은 없었다. 특히  약간 짭조름하게 간이 밴 소고기와  꼬돌꼬돌한 쌀 알갱이와 어울여 내는 풍미는 내가 해외에 있을 때마다 늘 그리던 음식 중 하나다.


은퇴 후 제2의 삶을 살며 다라진 내 모습은 많지만 3가지가 있다.


첫째, 등산할 때 정상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등산 속도도 내가 숨찬 정도와 내 허벅지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는 정도다.


설사 정상에 올라 내려올 때는 더 조심한다. 인생도 등산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위험하니 잘 내려와야 한다는 성인의 가르침이 이제야 몸에 와닿기 때문이다.


둘째,  잘난 척하지 않고, 이제  자문이니 조언 정도의 2선에서 내 역할을 선정하고 만족하는 것이다. 어차피 젊은 세대가 주연이고 나는 조연, 어쩜 엑스트라이기 때문이다.


엊그제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18년 만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전문가 및 저명인사(ARF Experts and Eminent Persons)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로서 전 정부 관리, 학자 및 현직일 경우 개인 신분으로 참석하는 트랙 1.5다.


트랙 1 회의는 수없이 참석하고 공동의장도 많이 해 보았으나 전문가 회의 의장은 처음이다. 아세안 참석 인사들 대부분이 안면이 있고, 우리 측 정부 인사들도 같은 분야에 후배들이지만,  회의준비 때나 의 중에  조연과 스트라로서 내신 분을 늘  가슴에 새겼다.


셋째, 독서에 대한 자세다.


현직에 있을 때는 해외 근무가 아니면 현업에 매여 책 읽을 시간이 없고, 읽더라도 앞뒤 잘라낸 요약본만 읽었다. 또 설사 책을 더라도 업무 관련 책만 골라 읽곤 해서 독서가 지식 습득의 도구일 뿐 독서 자체가 주는 즐거움 몰랐다.


책을 을 때도 어떻게 하면 빨리 을까에 마음이 앞섰다.


은퇴하니 내가 읽고 싶은 소설책, 역사책도 맘껏 사서 볼 수 있고, 책 읽기 속도도 달라졌다.


너무 빨리 읽고 또 책을 사면  '나이 들어 무슨 책이냐, 꼭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책욕심이 있다"는 둥 마누라 잔소리가 괜히 신경 쓰이고, 또 현실적으로도 머리가 빨리 따라가지 못해 읽은 부분도 금세 잃어버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데도 속도 조절의 이유가 있다.


또 나이 들어 달라진 독서는 여러 책을 동시에, 4~5권 동시에 조금씩 읽고 소설책을 빼곤 한 책을 여러 번 읽는다. 영어 소설책, 한글 소설책, 동남아 정치, 경제, 역사, 세계사 등 등이다. 그러면 한 책에 너무 매몰돼 목이  뻐근해지는 것도 방지하고, 지루함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독서법 조언을 문의하면, 난  이렇게 말한다. 1년에 최소 50권을 읽고 한 책을 여러 번 읽고, 읽고 난 후 반드시 책 앞장이나 뒷장 공백에 독서 후 느낀 컴멘트를 간단하나마 적어두어라고 한다.


제2의 삶은 주위에 집사람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도 있겠지만, 결국은 혼자서 지내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내가 터득한 별 것 아닌 이런 3가지를 실천하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친구야, 잘 가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