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냉수 한 그릇 Oct 16. 2023

제로금리 시대, 에어컨을 사다

2020년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p 인하하면서 기준금리 0.75%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열었다. 금리 인하로 은행 대출 및 저축 이자마저 인하하니 너도나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다.


저축밖에 할 줄 몰랐지만, 물가인상률을 반영하면 저축하는 것은 손해라는 사실이 명확했다. 결단은 과감해야 한다. 3개월 된 적금을 해지했다. 그 돈으로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에 투자했다. 130$에 매수하여 145$에 매도했으니 약 12%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것이 내 투자의 시작이었다. 


주식은 오르거나 내리거나 둘 중 하나니,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내 착각이었다. 주식시장은 충분한 연구 없이 들어가면, 총 없이 뛰어든 전쟁터와 다름없다. 투자하려는 기업에 대해 사전 조사하고 재무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시대의 트렌드를 읽어야 하고, 미래 유망한 산업 분야를 읽는 안목도 필요하다.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점에 나온 주식 관련 신간은 모두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서관과 e-book으로 빌려 읽은 책도 상당하다. 사임 후 내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 ‘시간’이었으니 틈나는 대로 관련 서적을 탐독했고, 유튜브 영상으로 기본적·기술적 분석을 공부했다. 




차츰 주식 차트에서 빨간색, 파란색 막대기로만 보였던 것이 양봉, 음봉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이동평균선과 거래량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소액으로 단타와 스캘핑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건 전문가의 영역이지 아마추어인 내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빠른 시간 안에 매수와 매도를 판단하고 과감히 손절매할 용기가 필요한데, 난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옆에서 놀아주지 않는다며 투정하는 아들에게 짜증 내는 내 모습이 스스로 보기 흉했다.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마음도 신앙 양심을 자극했다. 전업투자자가 아닌 이상, 이것으로 일희일비하며 가족에 소홀해지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여 포기했다. 


좀 더 기간을 두고 투자하는 스윙 매매에 도전했다.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기에, 장기투자는 내게 적절한 매매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주에서 몇 개월의 시간을 두는 투자방식이었기에 주식투자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 달에 두세 번 매매 정도가 고작이었다. 차트를 보는 눈이 예리해져서인지 매수할 시점이 보였다. 혹시 매수가격에서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분할로 추가 매수할 계획이었기에 불안하지 않았다. 2022년 2월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종목별 합산 수익률 12.42%를 시작으로, 3월엔 50.06%, 4월엔 66.78%, 그리고 5월엔 정점인 82.82%의 수익 성과를 내었다. 


투자 수익으로 오래된 김치냉장고를 교체했다. 큰 집에서 살 기회가 없었기에 스탠드형 에어컨은 부의 상징으로만 여겼는데, 기분 내려고 스탠드형 에어컨도 구입했다. 그때(?)만 해도 주식투자로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사, 주식을 공부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