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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수 한 그릇 Feb 26. 2024

하나님, 침묵은 그만!

침묵의 이유

드라마를 볼 때면 답답할 때가 많다. 궁금하게 만들고선 끝나 버린다. 그래서 다음 편을 꼭 보게 만든다. ‘좀 알려주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결과를 알게 되면 ‘에이 별거 아니네!’ 생각할 것 같다. 잔인하긴 하지만, 기대치를 높이는 데는 확실한 방법이다. 


월드컵 때면 축구를 즐겨 본다. 때론 시차가 맞지 않아서 새벽에 경기를 봐야 할 때도 있다. 재방송 보면 되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에 경기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없다. 긴장감 없이 보는 경기가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신앙생활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긴장감을 주려고 앞날을 말씀해 주시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미 결과를 다 안다면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더는 하나님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 명령하셨다. 보여준 땅이 아니다. 보여줄 땅이다. 지금은 어딘지 모르는 땅이다. 당황스럽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그 말씀에 순종하여 갈대아 우르를 떠난다. 이것이 믿음이다. 즉 목적지와 그 여정의 결과를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주님과 동행하는 것이다. 만약 아브라함이 '가나안'이란 목적지를 알았다면, 십중팔구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나안만 가면 되니 말이다. 기도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레 하나님과의 교제는 단절될 것이다. 생각해 보았다. 비록 결과는 모르더라도,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시는 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에서 소명받은 뒤, 25년 뒤에 아들 이삭을 얻는 언약이 성취된다. 왜 2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을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훈련하기 위함이다. 사라를 훈련하기 위함이다. 그 25년 동안, 철저하게 하나님과 교제하고 상의하는 훈련을 시키신 것이다. 왜 그러셨을까? 이삭을 바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아브람을 ‘아브라함’으로 만들기 위함이고, 사래를 ‘사라’로 만들기 위함이다. 열국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으로 만들고, 열국의 어머니인 ‘사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25년이라는 침묵 속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하고 붙드는 법을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강도 높은 훈련이 아니고서는 아들 이삭을 바치는 사람이 결코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아, 사라야, 너의 기도에 내가 침묵한다고 해도 여전히 나를 신뢰할 수 있느냐? 여전히 내가 유일한 구원자요, 소망이란 사실을 신뢰하느냐?” 그거 확인하시려고 침묵하신 것이다.


출애굽기 32장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했던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다. 이때 백성들이 아론에게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고 요구한다. 그때 아론이 무엇을 했는가? 백성들의 귀에서 금 고리를 빼서 가져오게 한 뒤에, 그걸로 송아지 형상을 만든다. 그리고 외친다.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급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 하나님께서 이 사건으로 이스라엘에 크게 진노하신다. 이들이 언제 우상을 만들었나? 모세가 없을 때 만들었다. 하나님께서 침묵하실 때 만들었다. 


하나님의 침묵 훈련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은 끝내 배신할 사람이다. 하나님께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조금만 침묵해도 하나님 원망하고 불평하며 하나님 떠날 사람인데,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이처럼 하나님의 침묵하심은 은혜일 때가 많다. 이때 우리는 하나님을 더욱 붙들고 의지할 수 있게 된다. 하나님께서 침묵하실 때 제발 한 말씀이라도 해달라고 부르짖으며 기도로 씨름했던 그 순간들이, 당시엔 고통이나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은혜였음을 깨닫게 된다. 침묵을 이겨내지 못하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일하는 사람은 마침내 하나님을 배신할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하나님께서 쓰시기 어렵다. 하나님은 침묵 훈련을 잘 이겨내는 사람을 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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