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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Seoro Feb 26. 2023

30대 초반 직장인이 삶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

지난 몇 주간 굉장히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일은 하나도 손에 안 잡히고 딱히 하고 싶은 취미도 없고 집 밖으로 딱히 나가고 싶지도 않은 그런 상태. 그렇게 서서히 모르는 사람과 마주하는 게 불편해지면서 웬만하면 정말 친한 사람들만 만나고 그 마저도 최대한 횟수를 줄여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MBTI가 ESFJ에서 INFJ로 바뀌어 있었다. 더 이상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러는 걸까?"

뭔가 답답하고 막막하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어떤 이유로 인한 감정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대답 없는 내면의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하기를 반복하자 이러한 행동의 변화는 "나는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 어떤 답도 적어 넣지 못하고 있어서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그렇게 별로인 편은 아니다. 나름 안정적이기도 하고 꽤나 흥미를 느끼며 다녀보고 싶었던 업종이기도 했다. 하지만 입사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이 회사는 이렇게 성장해가지 않을까? 그럼 나는 그 성장을 통해 이런 식의 발전을 해나갈 수 있을 거야"라는 모종의 계획이라는 게 있었는데 크게 이루어진 것도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별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인생의 소모"에 대한 불안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와 함께 얻은 또 다른 마음가짐이 있다면 "서두르지 않는 차분함"이다. 세상에 평생직장은 없다. 누구나 이직을 하기 마련이며 절대 회사는 나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감히 회사 따위가 나의 인생이라는 이렇게 거대한 가치를 어떻게 책임지겠는가. 그리고 내 인생의 무게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짊어져진다는 것은 나의 인생을 내가 사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염려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아주 천천히 나의 미래에 새로움을 더해보려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을 해보는 중이다.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기에 아주 신중해야 하고 진지해야 한다. 물론 모든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지만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기에 뭔가 내가 예상했던 그림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분명 조바심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때 나는 꼬여버린 유선 이어폰을 생각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그 선들은 조급하게 잡아당길수록 더 많이, 더 강하게 묶여버린다. 약한 뒤엉킴이 어느 순간 견고한 매듭이 되어 도저히 풀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결국 꼬인 채로 쓰거나 거슬리는 마음에 새 이어폰을 사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답답할수록 손에 힘을 빼고 손톱으로 아주 조금씩 묶인 선들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차분함을 강제로 주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스스로 풀어지지 않던가. 


우리도 분명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다 출발했는데 나만 아직 신발끈이 꼬여 똑바로 묶지도 못한 것 같아 뒤쳐진 것 같은 마음.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엉킨 끈 풀기에만 집중해 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천천히, 차분하게. 


그 평정심이 언젠가 성장의 촉매제로 돌아오리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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