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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Dec 30. 2023

등산의 목적

2022년 여름. 나는 등산에 아주 푹 빠져있었다. 바쁜 일정에도 매일 등산하겠다며 아침 일찍 등산 약속을 잡기까지 하는 정도였다. 산이라면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질색하고, 벌 받는 시간이기만 했던 억지로 간 등산에 푹 빠져버린 계기는 바로 MZ세대의 등산 열풍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친구들과 함께 등산 가서 촬영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올라왔고,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콘텐츠를 보니 등산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장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등산을 가자고 했고, 그 친구도 평소 등산 콘텐츠를 보고 등산을 가고 싶었었다고 해서 그날부터 우리는 등산을 시작했다. 대구에서 야경으로 가장 유명한 ‘앞산’(앞산, 뒷산 할 때 앞산이 아니라 진짜 산 이름이 앞산이다.)으로 갔다. 



첫 초입이 너무 가팔랐지만 한 번 흐름을 탄 우리는 순탄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고, 정상까지 올랐을 때 우리를 반기고 있던 ‘풍국면’을 발견한 순간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기뻤고, 홀린 듯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누가 산 정상에 음식점이 있으리라 생각할까? 풍국면에서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야무지게 먹은 우리는 다시 힘내서 내려올 수 있었다. 이다음부터 우리는 마치 루틴처럼 ‘등산-풍국면-하산’을 즐겼고, 풍국면은 우리 등산의 목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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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렸을 때 아빠가 산을 가자고~ 가자고~ 했지만, 산에 올라가기가 너무 싫어서 눈물을 쏙 빼놓기도 했었다. 그랬던 내가 친구와 자발적으로 등산 약속을 잡고, 매일 신나서 등산 다니는 걸 본 아빠는 내가 6살 때 설악산 울산바위에 올랐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그 당시 내 동생은 두 살이었는데, 우리 부모님은 두 살짜리를 업고 해발 873m를 올랐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중 되면 우리가 알아서 찾아갈 것을 그땐 싫다는 걸 왜 그렇게 강요했을까?’라며 후회된다고 했다.



아빠랑 등산을 다니며 이야기를 해 본 결과 젊은 시절부터 산을 굉장히 좋아했던 아빠는 본인이 좋아하는 걸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등산은 좋은 것이기에 우리가 꼭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렇게 강요했던 것 같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내가 산을 타다 보니까 아빠가 왜 그렇게 가자고 했는지 너무 알 것 같았고, 그래서 나도 동생한테 등산을 추천하는 걸 보고 과거의 아빠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우리는 ‘기다리면 언젠가 본인 스스로 느낄 때가 온다.’라는 것도 이번 기회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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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쉬운 건, 최근에 아빠가 운동하다가 다쳐서 무릎 수술을 하고, 그 이후로 등산을 가기가 힘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등산을 가고 싶은데 아빠가 못 가는 상황이니까 약간 속상하기도 하고, 이래서 어른들이 부모님께 잘하라는 말을 했던 건가 싶더라. 내가 무언가를 스스로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지금, 후회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서 즐기면 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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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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