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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Feb 28. 2024

오포시대에 네포베이비의 등장이라

RM씨, 미래를 보셨네요


“삼포세대 오포세대 그럼 난 육포가 좋으니까 육포세대”


 현재는 너무나도 월드 스타가 되어버린 방탄소년단의 ‘쩔어’ 가사 중 일부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겨우 중학교 1학년에 불과했는데, 그때는 삼포, 오포가 그저 육포를 좋아하는 RM 선생님을 위한 빌드업인 줄만 알았다. 진짜 그 분이 육포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긴 한다. 아무래도 차기 대통령이시니까 뭐든 좋아하시지 않을까. 당시보다 좀 더 넓고 높은 시야를 지니게 된 지금에서야 아, 이거 진짜 슬픈 가사였네, 하고 불현듯 깨닫고는 한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삼포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말하며, 오포세대는 집과 경력을 포함하여 5가지를 포기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칠포세대, 그리고 구포세대까지 간다고 한다. 치솟는 물가와 과열되는 갈등, 그리고 여전히 그대로인 내 월급을 바라보면 어쩐지 N포세대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삼포세대와 오포세대 사이에 무언가 빈 것 같지 않은가? 맞다. 바로 사포세대가 비어있다.

 에디터 아궁은 그만 소름이 돋고 말았다. 내가 네포베이비로 아티클 쓰려는 걸 어떻게 알고 딱 사포세대에 대한 정보만 없을 수가 있지? 사실 사포세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티클적 허용이라고 해두자.



CALL ME BABY

 최근에서야 화두에 오른 네포베이비. 사실 네포베이비에 대해 알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에디터 아궁은 날 때부터 작았던 미숙아 베이비라서 네포베이비가 뭐야? 초거대우량아를 말하는 건가? 하는 쓰잘데기없는 생각만 하곤 했다. 우량아 자체가 초거대 베이비를 말하는 말인데 정말 생각 없는 생각이었다. 네포베이비란 나와는 다르게 날 때부터 큰 베이비들을 지칭한다. 초우량아 라는 말이 아니라 조선시대 때 큰 인물이 났다- 고 표현하던 그 ‘큰’ 말이다.


 이쯤에서 네포베이비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궁금할 것이다. 다시 한번 설명해 보자면, 네포베이비(Nepo Baby)란 족벌주의를 뜻하는 영어 단어 네포티즘(nepotism)과 아기(baby)의 합성어로 일명 '금수저' 아이를 가리킨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부모를 잘 타고 난 베이비들, 이라는 뜻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단어는 이제껏 미국 땅 안에서만 가끔 화제가 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화제가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진보와 보수가 엇갈리고 유교와 유학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에서 ‘부모덕’을 보는 아이들이 얼마나 부정적으로 비추어 질 지에 대해 가늠해 보자면, 차라리 미숙아 베이비가 되기를 택하고야 말 것이다. 한국에서 네포베이비는 어쩌면 네 삶을 포기한 베이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이재용 딸로 살기 VS 박남정 딸로 살기

 당신은 무엇을 택할 것인가? 감히 예상해 보자면, 열에 아홉은 전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왜 이재용의 따님이 되기를 선택했는가 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두 딸 모두 금수저다. 다만 금수저의 분야가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전자는 금전적, 명예적 금수저를 가지고 태어났고 후자는 재능적, 예능적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실제로 두 딸의 행보는 아주 다르다. 한쪽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비영리단체에 인턴으로 입사했고, 한쪽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이돌이 되어 각종 예능과 무대를 섭렵하고 있다. 아주 깜찍한 미소는 덤이다.


 네포베이비라는 말이 생긴 이유는 부모덕에 순전히 운이 좋아 일이 잘 풀리는 베이비를 칭하는 말이다. 일부 자녀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 인기 모델이 되고, 인기 배우가 되는 등의 화제가 간간히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향해 부모덕에 잘 살면서- 라는 말을 던지곤 한다. 위에 언급된 두 자녀 역시 본인이 지향하는 (사실여부는 당연히 모른다)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중은 양쪽의 자녀들에게 부모덕에 잘 태어났네- 라는 말을 하곤 한다.

 어투가 다르지 않은가? 한쪽은 부모 덕분에;;, 한쪽은 부모 덕분에^^ 가 된다. 대중의 말을 처음 언급한 사례에 반대로 대입해 보자. 이재용과 박남정의 딸에게도 부모덕에 잘 살면서;;라는 말이 적용되지 않는가? 이 말인즉슨, 단순히 부모의 재력과 명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을 물려받은 자녀들도 네포베이비라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위의 모든 말들은 전적으로 에디터 아궁만의 생각이다. 애카이브 전체의 생각이 아님을 정확히 이 자리에서 밝힌다. 또한 이재용의 자녀를, 박남정의 자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네포베이비라는 키워드와 낙인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궁금증에 대한 것이었다. 부모덕에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사는 자녀들, 그리고 부모 덕에 노력의 빛을 발하는 자녀들은 어쨌든 모두 금수저가 아닌가. 동시에 ‘금수저’라는 단어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부모의 재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금수저지만, 부모가 가진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그것 또한 금수저가 아닌가. 우리는 모두 금수저가, 동시에 모두 네포베이비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삼포 오포 칠포 구포 그리고 미래의 십몇 포 세대가 되느니, 우리 차라리 네포베이비가 되자. 위에서 네 삶을 포기한 베이비니, 뭐니 했는데, 그거 취소다. 네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베이비라고 정정하겠다. 그리고 당장 부모님께 연락해라.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하라. 우리가 부모에게서 얻은 최고의 힘은 살아갈 수 있음이니까.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반드시 금수저, 아니 네포베이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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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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