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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Sep 30. 2024

향기로운 사람이 되려면 향수는 작작 뿌려라

오늘 나의 core는?

 한동안 패션 업계를 지배한 단어가 있다. 바로 ‘core’이다. 사실 지금도 어딜 가든 ‘00코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블록코어, 발레코어, 고프코어 등 모든 패션 트렌드에 ‘코어’를 붙이면서 온갖 코어가 등장한 것이다. 패션 시장에는 공장에서 찍어낸 코어 맞춤 아이템들이 무더기로 등장하고, 길거리엔 이런 아이템을 착용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처음으로 등장한 현상은 아니다. 모나미룩, 범고래 등 한국 사회에서는 일명 ‘클론룩’은 흔하디 흔한 현상이다.


취향과 개성 찾기

 앞서 언급한 내용이 다소 제3자적인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기에 “그럼 너는 따라 입은 적 없어?”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부정하지 않겠다. 한창 범고래 붐이 불었을 때 나는 매일 같이 드로우 응모를 하고, 신고 다니고, 리셀로 팔기도 했다. 20살, 21살 초까지는 남들이 많이 입는 옷이라면 덩달아 예뻐보였고, 그게 얼마든 간에 구매하려고 안간힘을 쓰곤 했다. 스스로 나름 옷을 잘 입는 축에 속한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그러다 패션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책과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패션 문화를 접하고자 하였다. 이는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갈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취향 디깅’의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깔린 일본 사회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그동안 타인의 눈으로만 패션을 바라보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만의 색을 찾아나가자고 다짐했다.


옷을 '잘' 입고 싶다면 옷을 '작작' 사자

 현재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고 있다. 내가 패션 관련 콘텐츠를 자주 보다 보니 이런 내용을 접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코어의 범람에 지친 것은 확실하다. 바로 ‘노소비코어’의 등장으로 이를 입증할 수 있다. 이는 소비를 지양하는 NO소비, 즉 ‘절약’을 뜻한다. 사실 나는 ‘NO소비’와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이제까지 차라리 밥을 굶고 옷을 산다는 마인드로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몇 달 동안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노소비코어는 상상할 수 없는 생활이었다. 그렇지만, 안그래도 취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서 이미 가진 아이템으로도 멋있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새로운 옷을 사는 것이 스타일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 처음으로 기존의 옷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달까.


절약은 또다른 소비를 낳고

 또한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옷 뿐만 아니라 나는 매일 같이 사 마시는 커피부터 줄이기로 다짐했다. 커피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돈도 절약하고, 환경도 지키는데 일조하자고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는데, 문득 내가 갖고 있는 텀블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교에 가지고 다니려면 빨대가 있다면 좋을 것 같고…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니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실 이 생각은 요즘 유행하는 스탠리 텀블러를 사기 위한 하나의 핑계일 뿐이었다. 하루에 2천원씩 소비하는 걸 절약하고자 시작한 생각은 결국 4만 9천원짜리 텀블러를 소비하는 합리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한 또다른 소비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것을 노소비코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예스 미래 코어

 이제껏 객관적으로 나의 소비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그동안의 패션에 대한 생각부터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소비 생활을 돌이켜 보니 난 부모님의 말씀처럼 ‘금쪽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돈을 아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 현재 나는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는데, 원래는 100% 부모님의 지원으로만 갈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 휴학 후 알바나 인턴을 통해 돈을 빠짝 모아 부모님께 보태야 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니 말이다.


 어디서 본 말인데, 돈도 써 본 사람이 잘 쓴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적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이 말이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소비와 저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어느 정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소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나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서 현명한 소비를 해나가고자 한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진정으로 나만의 스타일과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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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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