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기 싫은 아이
난 초등학생일 때부터 일찍 잠에 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당시 가장 재밌는 드라마와 예능은 전부 10시 이후 방영하는데, 그 전에 잠을 자야 하는 게 분했던 것 같다. 따라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늦게까지 공부하는 언니 옆에서 그림을 그리며 늦게 잠에 드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때 일찍 잤다면 키가 더 클 수 있었을 텐데.. 가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여전히 일찍 자기 싫은 아이
중학교 때도 새벽에 깨어 있는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카톡을 하며 자연스레 늦게 잠에 들었다. 그럼 시험기간에는 어땠을까? 이런 나에게도 ‘잠은 30분이라도 자긴 해야 한다.’라는 이상한 철칙이 있었다. 잠을 아예 안 자게 되면 뇌가 안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따라서 아무리 시험기간이라도 밤은 새지 않고, 1-2시간 정도는 잠을 잤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도 이 철칙을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무너질 때도 정말 많았다. 시험기간에는 시험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2시간 정도 잠을 자거나, 공부하다가 졸린 저녁 쯤에 쪽잠을 자는 등 잠에 드는 시간이 딱 정해져 있지 않았다. 따라서 새벽 5시가 되어도 잠이 안 올 때가 있었고, 그럴 때는 눈만 감고 있다가 시험을 보러 가는 날도 대다수였다.
그리고 현재, 나의 밤낮 바뀐 생활은 지난 학기 휴학할 때 더 심했다.
왠지 모르게 새벽에 일을 하면 더 머리가 잘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시끌벅적했던 낮과는 달리 고요한 새벽에는 온전히 나 자신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음악을 들으며 과제를 하거나, 한가한 날에는 새벽에 영화를 몇 편씩 몰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낙이기도 했다.
이렇게 올빼미 생활이 내 루틴이 되어가다 보니, 얻게 되는 질병이나 나쁜 습관들도 많아졌다. 첫째로, 새벽에 잠에 들면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계속 졸리거나, 하루종일 찌뿌둥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야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새벽에 오래 깨어 있으면 자연스레 허기져서 먹을 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학기 중에는 통학을 하다 보니 3시간 남짓 잠을 잔 후 학교에 간 적도 많다. 그러다 보니 오전 수업부터 커피를 사서 가거나, 졸릴 때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나에게 다른 사람들은 묻는다.
“그럼 그 시간에 대체 안 자고 뭐해?”
ㄴ 그냥.. 이것저것?
365일 24시간 나의 노트북은 꺼지지 않는다. 영화를 볼 때도, 검색을 할 때도, 과제를 할 때도.. 모든 일을 노트북을 통해 해결하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일자목이 생겨, 최대한 아래를 보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노트북은 포기 못하는 나는, 거치대와 목베개를 구매하여 꿋꿋이 노트북을 계속 사용했다.
잠을 자기 전 무한한 생각의 굴레에 빠지는 것 또한 불면증의 원인 중 하나인 듯하다. 머릿속에서 오늘 한 일을 돌아보고 내일 해야 할 일을 정리하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다음 날 시험이나 발표 같은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면 더 심해진다. 외운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다가 잠에 들거나, 발표를 시뮬레이션하다가 시간을 보낸다.
물론 나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지금 생활이 아니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일찍 잠에 들면 시간을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시간 동안 과제를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이미 지난 일에 대한 후회와 함께 오늘 해야 할 일을 다시 정리하곤 한다.
하지만 나 정도는 심각한 것도 아니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큼 늦게 자는 사람들,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늦게 자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 때로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움도 느껴진다.
#menow
불규칙한 생활을 규칙적으로 합니다
나의 루틴을 한 문장으로 나타낸다면 이렇게 쓸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불안함을 느끼는 나의 성향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 생활은 그대로일 것 같다.
잠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방법은 없을까? 오늘도 나에겐 왜 몸이 하나이고 24시간밖에 없는 건지 탓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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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