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카이브 Aug 31. 2024

나랑 결혼해줄래 나랑 평생함께 살래

[1] 

여자친구가 집을 안 가요


 최근 안방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드라마, <굿파트너> "변호사님, 부부는 뭔가요?" 극 중 남지현이 첫 이혼 사건을 마치고 선배 변호사인 장나라에게 묻는 질문. 장나라는 이에 '가족이 되어버린 남'이라고 대답했다. 

당신은 결혼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상적인 부부는 어떤 모습인가?

 수많은 매체에서 다루는 결혼에 관한 이야기들. 그리고 결혼에 대한 관심이 있든 없든 꼭 한 번쯤 눌러보게 되는 제목, '이런 남자와 결혼하세요.' '남녀가 결혼할 때 1순위로 보는 덕목.' 누군가는 사랑이 전부라고 하고, 누군가는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고 한다. 누군가는 가장 사랑한 사람이랑은 결혼할 수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사랑하지 않으면 오랜 결혼 생활을 버틸 수가 없다고 한다.


[2]

당신이 생각하는 배우자의 덕목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배우자의 덕목 중 1순위는 바로 '지리는 안정감'이다. 사실 이 단어가 내가 배우자를 선정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결혼의 모습들을 나열했을 때, 친구가 내게 '넌 진짜 지리는 안정감을 주는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말했을 때 깨달았다.

 지금부터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결혼의 모습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단언컨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3]

첫 번째 로망. 제주도 가서 살기.


 내가 결혼을 꿈꾸게 만든 첫 번째 장본인들. 이효리X이상순. 어린 시절 내게 퀸카 그 자체였던 이효리는 결혼 발표 후 TV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효리네 민박'으로 다시 돌아와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짙은 화장에, 짧은 반바지가 참 잘 어울리던 그 여성은 포근하고도 친근한 모습으로 그녀의 남편과 살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편안한 모습으로.

 민박집 스텝으로 일했던 아이유는 그 둘을 참 부러워했다.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이효리는 하루 종일 '오빠'를 불렀고, 이상순은 그런 이효리에게 늘 같은 톤으로 응했다. 자신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안정감을 주는 이상순과 결혼했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도 그런 사람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4]

두 번째 로망. 서로의 세상에 빠져들면서도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기.


 이옥섭X구교환 또한 내가 결혼을 꿈꾸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 둘은 사실 결혼을 하지 않았고, 결혼이 무섭다고 말하는 커플이지만서도, 나는 그들의 가치관과 열정과 노력과 사랑을 맹신했다. 감히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세상을 가진 사람과, 그에 버금가는 세상을 가진 두 사람의 세상이 만나, 서로의 세상을 더욱 넓혀가는 그 둘을 보며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힘든 과정을 함께 겪고 의지하고 이겨내며, '미워하는 사람은 사랑해버린다'고 말하는 둘의 모습이 참 단단하고 견고해보였다. 너무나도 연약하고 유약한 나는 저렇게 단단하고 견고한 사람이 필요했다.


[5]

 앞서 말한 두 커플로 인해 나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로망을 잔뜩 키울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영원을 약속하는 것이 그렇게나 아름다워 보였다. 어렸던 나는 그렇게 잔뜩 부풀려진 로망을 갖고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준비는 하나도 하지 않은 채, 내게 필요한 사람을 사랑했다. 이리저리 잘 휘둘릴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줄 사람. 확고한 자신의 세상이 있어서, 내 세상을 더 넓혀줄 사람.

 그래서 스무살 첫 연애를 처참하게 대실패했다. 그리곤 백지영의 <사랑안해>를 밥 먹듯이 부르며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노라고 엄마에게 말했다. 사랑은 참 얄팍하고 연약하다고. 그런 마음으로 결혼은 절대 못할 것 같다며 말이다. 그걸 듣던 엄마와 이모들은 깔깔 웃으며 네 자매 중 첫째인 내가 제일 먼저 시집가겠다고 놀려댔다. 그래서 인상을 구기며 비혼주의자 선언을 했더랬다.

 그런 내가 결혼에 대한 글이라니. 사실 굉장히 막막했다. 호기롭게 결혼에 대해 글을 적어내리겠다고 당당히 외쳤으나, 사실 사랑의 아름다음보다는 연약함과 무력함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으로서, 어떤 내용을 적을지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었다.


[6]

Q.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A : 꼭 할거야! 하고 싶어! 행복한 가족을 꾸리는 게 내 최종 삶의 목표야.
B : 난 지금 혼자인 게 너무 좋아. 괜히 이상한 사람 만나면 어떡해?


 결혼과 비혼, 이혼과 재혼이 공존하는 세대. 누군가는 영원을 생각하고, 누군가는 경험이라 생각하고, 누군가는 일말의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는 것.

 비혼주의자인 친구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며,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비중이 더욱 늘어나는 것을 보며, 부모님의 결혼으로 태어난 존재인 우리가, 지금껏 모든 세대들이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끊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천년 동안 물려져 내려오던 우리의 대가, 나에게서 끊긴다고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7]

 원초적인 관점에서 결혼은 사실 '번식, 종족 유지와 유전자의 확산'을 목표로 한다. 그러한 과정이 제도화 되면서 '결혼'이라는 것이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세대가 생각하는 결혼은 그것 이상을 말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사랑만을 전부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결혼에 있어서 완벽한 정의와 확신을 갖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과거와는 이렇게나 다른 시선과 생각들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사회는 2030세대에게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결혼을 유도한다. 2030세대가 저출산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결혼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이지 않을까.


[8]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을 줄 것


 끝으로, 에디터 맹구가 알쓸인잡 유튜브 영상 중 가장 최애 영상이자, 사랑과 결혼에 대한 주제를 다룬 영상인 2화 '우리가 사랑하는 인간, 결혼과 사랑 이야기'를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

 결혼은 서로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늘 끊임없이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놀라움을 주어야 하는 연애 때와는 다르게, 그 누구보다 확신을 주어야하고, 안정감을 주는 것. 이 글과 이 영상을 본다면, 이제껏 갖고 있던 결혼 가치관을 새롭게 수립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맹구

작가의 이전글 힘들지 않아 거친 정글 속에 뛰어든 건 나니까 암오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