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너인 게 약점이 될 순 없어
내가 나인 게 약점이 되는 세상. 소제목과 반대되지만 요즘 사회를 보면 해당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 이 세상을 24년밖에 경험하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해보며 유독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비정상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대한민국은 특히 보통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그래서 누구나 정상의 범주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비정상의 영역에 들어가면 ‘다르다’가 아닌 ‘틀렸다’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예시로 ‘나이’를 들 수 있다. 나이는 절대적인 수치이지만 모두의 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시점도 분명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암묵적으로 적용되는 평범함의 기준이 존재한다. ‘2n살에 취직하는 건 너무 늦은 걸까요?’ 이처럼 남들이 통상적으로 따르는 흐름에서 벗어나면 불안을 느낀다.
우리나라가 예전에 비해 개방적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기에 더욱 다양한 삶의 기준, 사회적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상성의 기준은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성과 이러한 기준이 충돌하며 결국 혐오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닐까? 다른 것이 틀렸다고 평가받는 것은 물론 배제될 수도 있는 세상에서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은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나는 솔직히 남들이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평가하지 못해 안달인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나, 너는 너’ 이게 내가 기본적으로 가진 생각이다. 오히려 누구나 다르기에 남을 이해하기 더 쉽다. ‘저 사람이 왜 저럴까?’가 아니라 ‘저 사람은 ~하기 때문에 그렇구나.’하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혐오가 만연한 사회라고 불리는 우리나라를 보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어떠한 일이든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해하며, 무엇보다 중시되는 본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면 해결될 수 있는 일들도 각자만의 정상 기준을 정해놓기에 극단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사회의 기준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내가 남에게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무던해 보일 수 있지만, 스스로에 모든 집중을 쏟아서 그런지 속이 시끄럽달까? 장점이자 단점으로 생각하는 점인데 자기객관화가 잘 돼 있는 편이라 어떤 일을 해도 나의 부족한 점이 너무나 명확히 보인다. 그래서 나에게는 칭찬이 박하고 항상 성장하기 위해서 개선할 점을 찾곤 한다. 이게 한때는 좋은 점이기만 했는데 할 일이 많아지고 부담감이 커지면서 안 좋게 작용했다. 자기혐오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힘들었을 때에는 모든 게 내 탓 같았다. 그때는 모든 것에 ‘내가 부족해서 그래.’라는 사족이 붙었다. 나는 사회의 기준이나 타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내가 나에게 들이미는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스스로를 제일 큰 약점 덩어리로 만들었다.
사랑의 힘
‘혐오를 극복한다’라는 말은 되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혐오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걸까? 혐오란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기에 ‘혐오를 없애다’라는 말이 더 적합해 보이지만, 비현실적이다. 혐오라는 불유쾌한 감정은 몹시 강력해서 사회는 당연하고, 스스로조차도 언제든 스멀스멀 나를 잠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혐오는 그 정도는 조절할 수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기에 ‘극복하다’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순간순간을 이겨내는 것으로 말이다.
나는 ‘사랑’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나를 재지 않고 온전히 나로서 바라보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이유 ‘Love wins all’의 소개글에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랑의 마음을 기본으로 가진다면 그 자체로서 존중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선이든 두렵더라도 같이 넘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자기애도 포함이다. 나는 자기혐오가 나를 끌어내릴 때마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나를 위한 일들을 하면서 다시금 천천히 올라가고자 노력한다.
인생 영화
이 글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고 들었던 여러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영화는 내게 많은 것들을 남겼다. 사랑과 나의 인생에 대해서 돌아보게끔 했다.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밀려와서 영화를 본 지 거의 2달이 됐는데도 완전히 정리가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글이 두서없게 보일 수 있지만, 영화를 본 소감으로 ‘사랑이 다 이긴다’라는 문장만큼은 명확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주절주절 풀어본다.
영화는 사랑을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보여준다. 각자 다른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나다움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말이다. 마음이 추워질 때면 사랑으로 따뜻함을 채워주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또 찾게 될 것 같다. 내가 한없이 약해지는 것 같고, 사랑의 가치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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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