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4년 7월, 우리 가족은 8년간의 상하이 살이를 모두 정리하고 중국을 떠나게 되었다.
상하이살이를 정리하며 다음 목적지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잠시나마 아이와 함께 한국에 돌아갈까도 생각해 봤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생활의 대부분이 편리하고, 무엇보다 젤 좋은 건 학비가 공짜다!!! (한국이 최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면 정말 모든 게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내 아이도 타고나길 방랑자로 태어난 것을 어쩌랴... 아이도 한국은 방학 때마다 놀러 가면 되니까 영어로 공부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돌이 갓 지나서부터 계속 해외 생활을 했던 아이에겐 한국 학교보다는 영어로 수업하는 환경이 더 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추운 걸 견디지 못하는 나는 따스한 여름 나라에서 1-2년쯤 살아보고픈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하와이나 괌을 생각했다. 두 곳 모두 미국령이다 보니 아이에게 학생 비자는 발급해 줄 수 있지만 내 가디언 비자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으로 알아본 곳은 호주와 뉴질랜드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엄청나게 오른 렌트비도 부담스러웠고 1-2년 단기로 가는데 차량 구매 필수인 환경에 부담감을 느꼈다.
그러던 와중 상하이에서 우리 아이와 같은 반인 미국 국적을 가진 중국계 말레이시안 친구 Ning 덕분에 자연스럽게 말레이시아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상하이에 살면서 학비 때문에 상하이에서 말레이시아로 이주한 한국 분들의 이야기를 꽤 듣기도 했다. 학비가 살인적인 상하이에서... 학비가 저렴한 말레이시아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무작정 말레이시아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페낭 섬"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 나라의 바닷가 작은 섬. 영어와 중국어가 공용어처럼 사용되는 곳. 딱 내가 원하던 조건이다.
나의 이런 결심을 Ning의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쿠알라룸푸르도 아닌 페낭이라고? 라며 깜짝 놀라 했다. 서울, 뉴욕, 도쿄,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만 살던 내가 동남아의 작은 섬에서 살 수 있을지 일단 한 번 여행 삼아 다녀오고 결정하라며 나를 만류했다.
내가 다음 목적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그 무렵, 나는 내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를 주고 싶었다. 지난 10여 년간 살아왔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험을 떠나고픈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아이를 데리고 페낭으로 답사를 떠났다.
그리고 그 답사에서 아이가 다닐 학교에 입학지원서를 내고, 앞으로 살 집을 계약했다. 나보다는 아이가 더 좋아해 주었다. 상하이에서 다니던 학교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상하이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몇 번이나 울었던 아이였다. 자기는 한국인이지만 자기 고향은 상하이라고 말할 만큼 태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상하이를 내 아이는 진심으로 사랑했다. 상하이를 떠나야 한다는 아이의 슬픔을, 이 작은 섬은 사르르 녹여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잔뜩 심어주었다.
이곳에서 어떤 일상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린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고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