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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자두 Jan 13. 2023

초단위로 시간을 쓰는 엄마 이야기

" 하루가 72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워킹맘의 아침은 바쁘다.


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던 업무를 진행했던 나는 아이의 하루 먹을 것들을 챙기면서 일찍 시작한다. 육아를 전반적으로 도와주시는 어머님이 계셨지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은 있었고 늘 늦은 퇴근을 하는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하루동안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준비해 두었다. 대부분 워킹맘의 아침은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분유를 먹었을 때가 편했다.

분유를 먹었을 땐 퇴근 후 쌓여있는 젖병들이 있을 때마다 한숨을 쉬곤 했는데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니 산너머 산이였다. 첫아이라 직접 해먹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렸고 시간이 된다면 새벽에 그렇지 않은 경우 주말에 몰아서 한 주간의 이유식을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장보고 음식 하다 보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고 잘 먹어주면 다행이고 안 먹겠다고 뱉거나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맛이 없건가.. 속이 안 좋은 건가... 매번 걱정인형을 소환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는 그때 이유식 정도는 시판용을 구매했었으면 더 좋았겠구나 싶다. 초보라서 미련하고 첫아이라서 모든 걸 다 내 손으로 해주겠다는 생각을 버렸어야 했다.




워킹맘 시절 24시간은?

사실 워킹맘의 일상은 늘 반복되기 때문에 딱히 루틴을 잡을 것도 없었다. 육아를 도와주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 수월했지만 나에게는 조금 남다른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나의 성장을 위해서 공부할 시간이 꼭 필요했다. 무엇을 하는지 알려주기 싫었고 딱히 원하는 대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퇴근 후 한 시간 두 시간 야근을 핑계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나보다 훨씬 앞서서 나가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스터디 공간은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나는 결국 새벽시간을 활용해 블루타임을 만들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공부하고 아이를 챙기고 기본적인 살림과 하루 일과를 정리하면 새벽 2시가 넘었지만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확보해서 열심히 움직였다.




초단위로 시간을 쓴다?

대단한 방법은 아니었다. 내가 초단위로 시간을 나눠 쓴다고 내용을 적은 것은 그만큼 시간이 절실하게도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째 출, 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활용해 늘 듣고 쓰고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다. 지금은 온라인 강의가 많았지만 그땐 인강이라고 했었고 새로운 강의가 올라올 때마다 체크하고 회사에서 할 수 없는 영상 수업은 출퇴근 시간 1시간 20분을 활용했다. 운전을 했다면 그저 듣기만 했었을 텐데 뚜벅이 생활 덕분에 많은 공부를 했다.


남들보다 40분 정도 먼저 출근해 자리를 정돈하고 나면 남은 20분 동안 데일리 리스트를 작성하고 꼭 해야 할 일과 미뤄도 되는 일을 분리한 후 자투리 시간을 확보해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부수익을 노렸고 아동복 쇼핑몰의 주문리스트를 열어 당일 주문 마감까지 진행했다.


점심시간엔 쉬어가기보다는 태블릿으로 그날 포스팅의 이미지를 디자인했고 남편의 블로그 포스팅 뼈대를 잡아두었다. 워킹맘의 삶으로는 쉬어가는 시간을 최대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기에 하루 24시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 야근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저녁식사 전까지는 분위기가 어수선하기에 일에 집중하기 어려움이 있었기에 휴대폰을 들고나가 내일 업로드할 상품들을 선택하고 함께 일하는 동업자에게 넘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은 커피를 마시거나 잠시 여유를 갖기 충분했기에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아이에게 필요한 리스트를 확보하고 온라인 쇼핑을 한 후 정리를 하고 나면 온전히 나의 시간이 돌아오지만 대부분은 포스팅을 발행하면서 마무리를 했다. 일도 해야 했고 내가 하고 싶었던 투잡도 했고 아이를 위해 시간을 확보해야 했던 나의 워킹맘 시절은 정말 하루가 72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삶이었다.




워킹맘이라 힘들지만 보람되는 순간

분명 힘들지만 아침에 짜놓은 데일리리스트가 문제없이 진행되고 평온한 마무리를 할 때 나는 큰 보람을 느꼈다. 다양한 방해요소가 있었음에도 계획된 일정이 틀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3년간 나는 많은 성장을 했고 덕분에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일하고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는 워킹맘들  모두가 분명 힘들지만 이겨내는 이유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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