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좋은 얼굴(온보딩)에 숨겨진 피플리더가 마주한 현실 간극의 시작
컨설턴트 일을 내려놓고
인하우스 피플리더로 가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건
“과연 내가 이 조직 안에 잘 섞일 수 있을까?”였다.
프로젝트 단위로 드나들던 나는, 늘 ‘외부 사람’이었다.
힘든 이야기,
답답한 현실,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둔 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거리가 사라지는 선택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 본 뒤에야,
내가 해왔던 제안의 무게를 체감해 볼 수 있겠지.”
그렇게 시작된 인하우스 생활의 첫 장면은,
예상보다 꽤 따뜻했다.
1. 온보딩,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조직인지’ 처음으로 보여주는 순간
입사 첫날, 나는 잘 준비된 온보딩 프로그램을 마주했다.
환영 인사가 담긴 보드판, 환영해 주는 담당자,
회사 소개 자료, 비전체계, 온보딩 일정표까지.
단순히 사내 시스템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온보딩 장소에는 나와 함께 일할 팀원들이 있었다.
각자 온보딩과 실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이야기해 주었고,
티키타카가 오가는 대화가 하나씩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구성원을 소모품처럼 대하지는 않는구나.”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모두, 나의 의지가 있다면 해볼 수 있겠구나.”
업무보다 먼저 “사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
그건 HR 컨설턴트로서 여러 회사를 드나들며 본 장면들과 비교해 봤을 때도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온보딩이었다.
온보딩 과정에서 나의 상사가 했던 요청과 설명도 지금까지 또렷이 기억난다.
회사의 성장 과정과 현재 위치,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말하는 이 비전과 가치가, 보기 좋은 말들이 아니라
실제 제도와 일하는 방식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HR을 ‘뒷정리 부서’가 아니라 이 방향을 현실로 옮기는 파트너로 보고 있어요.
방향과 제도들의 얼라인을 맞추는 데 애써주세요.”
“우리 회사, 일이 만만하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같이 일하면 재밌을 거예요.”
면접 장면에서 나누었던 내용과 동일한 맥락, 동일한 톤이었기에 오히려 안심되었다.
2. 환영 인사와 함께한 디테일들
온보딩이 좋았던 이유는,
누가 “우리는 사람을 소중히 여깁니다”라고 말해서가 아니었다.
그 말 뒤에 있는 작은 디테일들 때문이었다.
첫째,
비전체계가 A4용지에 예쁘게만 담긴 슬로건이 아니었다.
대표와 직속 상사는
“왜 이런 비전을 세웠는지,
이 가치들을 실제 제도와 운영에 연결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라고
꽤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둘째,
팀원들의 온보딩 참여 방식도 달랐다.
단순히 “이 분이 새로 오신 팀장님입니다” 수준의 인사가 아니라,
각자 내게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나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셋째,
나를 위한 환영 인사는 형식적이지 않았다.
자리 위에는 환영한다는 작은 이벤트가 있었고,
나는 “새로운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일할 동료”로서 초대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컨설턴트로서 고객사의 온보딩을 설계해 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이 작은 디테일들이 주는 의미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온보딩은 ‘설명회’가 아니라
“우리가 당신을 어떻게 대할 생각인지”를 보여주는 첫 경험이다.
그날 퇴근길, 나는 이상하게도 안도감과 기대가 섞인 상태로 집에 돌아갔다.
“아, 최소한 내가 엉망인 조직을 선택하진 않았구나.”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3. 좋은 온보딩과 준비되지 않은 현실 사이
하지만, 온보딩이 좋았다고 해서
그 뒤의 현실까지 모두 부드러울 거라고 기대하면 곤란하다.
바로 다음 날부터,
내가 마주해야 할 실체들이 하나둘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비전체계는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그 비전을 제도와 프로세스에 옮겨오는 브릿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평가 시즌이 다가왔다는 공지는 이미 전사에 나간 상태였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기준과 준비는 거의 비어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피플리더로서
조직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이건 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장면들을
여러 번 마주해야 했다.
이건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이번 글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좋은 온보딩이 있다고 해서 그 조직의 현실까지도 모두 정돈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온보딩이 중요하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적어도 그 경험 덕분에
이 조직이 스스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지는
처음부터 꽤 선명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4. HR의 눈으로 본 온보딩의 의미, 그리고 ‘사람과 조직사이’
인하우스 피플리더로 일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온보딩을 “HR의 관점”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온보딩은 새 구성원에게 회사를 설명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조직이 스스로를 설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사람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
실수와 시행착오를 어떻게 다루는지,
관리와 신뢰 사이에서 어디에 무게를 두는지.
이 모든 것이 온보딩에 드러난다.
그래서 어떤 회사의 온보딩을 보면,
이 조직이 앞으로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예고편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 회사의 온보딩을 통해
“적어도 사람을 ‘소모품’으로 보진 않는 조직이구나”라고 느꼈다.
물론,
그 기대가 뒤이어 오는 여러 현실들과 부딪히며
생각보다 복잡한 감정이 되긴 했지만,
첫 느낌이 나빴다면 그만큼 오래 버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과 조직사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장면도 바로 이 온보딩이었다.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온보딩은 “새로운 직장의 첫날”이다.
하지만 HR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사람과 조직이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한쪽은 기대와 불안,
다른 한쪽은 계획과 현실 사이에서 어정쩡한 균형을 잡으려 한다.
온보딩은 그 두 감정이 처음 마주치는 자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당신을 이렇게 대할 생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시행착오를 견디는 힘도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이 회사의 온보딩에서
“사람을 적어도 대충 다루지 않으려는 조직”의 의지를 보았다.
그 의지 덕분에, 뒤이어 쏟아질 혼란과 좌충우돌 속에서도
조금은 더 버텨볼 용기가 생겼다.
5. 다음 이야기: 좋은 온보딩 뒤에 숨겨져 있던 숙제들
온보딩에서 본 이 회사의 얼굴은 분명 좋았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날,
좋은 얼굴 뒤에 숨겨져 있던 숙제들이 튀어나왔다.
비전체계는 있지만, 그에 맞는 평가·보상·제도가 따라오지 못한 현실.
“해야 한다고 공지한 평가”를 앞두고도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
HR 팀장으로서 “지금은 평가를 하지 말자”라고 말했어야 했던 순간들.
다음 글에서는
이 ‘하지 말았어야 할 평가를 했던 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좋은 온보딩이 있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이
내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