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1개월 - 월별 REVIEW

2023년 2월 9일 목요일

by 손영호

어제는 고객사 분들께서 환송회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저녁 식사를 같이 했는데 모두들 조기 퇴직의 삶을 궁금해하였다. 첫 번째 질문은 나의 일과였고 경제적인 부분, 가족의 반응 등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불과 1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월 단위로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일과/ 경제적인 부분/ 가정생활/ 사회활동/ 건강 등으로 나누어 정리하면 전반적인 REVIEW가 될 것 같다.


■ 하루 일과

퇴직 후 초기에는 새벽 5시에서 6시에 눈이 떠졌는데 지금은 7시 정도로 늦춰졌다. 일어나면 거실에서 조용히 20-30분 정도 기도를 한다. 그리고 싱크대로 이동하여 건조된 식기들을 정리하고 남아 있는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이들 식사를 준비한다. 볶음밥/ 토스트/ 국 등 가급적 메뉴가 연속적이지 않도록 준비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내 도움 없이 주로 내가 준비하고 있다. 8시가 되면 아이들을 깨우고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면 식사를 한다.


잠시 믹스커피 한잔 하면서 숨을 돌리고 오전 중에는 주식투자 관련하여 나름의 업무를 한다. 뉴스/ 미국증시/ 증권사 리포트 등을 보고 포트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점검한다. 포트를 조정하거나 신규 종목에 소액을 투자하는 경우 오후까지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통상 오전 11시 이후에는 자유롭다. 주로 집에서 머무르지만 가끔 약속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아내와 나들이를 갈 때도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 2-3시에는 산책을 나가고 통상 2시간 정도 걸린다. 아내와 걷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고 소중하다.


산책이 끝나면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이제 제법 요리 실력이 늘어 속도도 붙었고 가족들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 저녁식사 준비가 끝나면 아이들 학원 라이딩을 해주는데 아이들이 셋이라서 저녁시간이 좀 바쁜 편이다.


큰아이를 학원에서 데려오면 저녁 10시 반 정도가 되고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자기 전에 책을 좀 읽고 싶지만 보통은 실행하지 못하고 11시 정도에 잠자리에 든다.


나의 일과는 모든 것이 자율적이며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론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과 행복이 큰 보상으로 따르기에 모든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 경제적 측면

경제적인 문제는 다행스럽게도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다. 기존에 투자하고 있던 성장주들의 주가 상승과 일부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수익 등으로 당분간 투자 원금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현재는 다시 리츠/ 대기업 우선주 등의 비율을 높여 주가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배당 수익을 확대하는 구조로 변경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고 있어 투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성장주에 대한 투자는 낮은 비중으로 지속할 예정이다. 기존에 투자하고 있는 종목 외에 다른 종목을 찾기 위해 증권사 리포트 등을 통하여 기업을 살피고 있다. 특히 신규 상장 주식들 중 일부 유망해 보이는 종목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투자금의 대부분이 리츠 등 안정적인 종목에 투자되어 있어 성장주 투자 및 일부 트레이딩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생계형 투자이지만 나름 적성에 맞는 것 같고 즐겁게 할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하다.


■ 가정생활

아내가 하던 가사의 상당 부분을 내가 하고 있기에 집사람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가사에 대한 부담이 줄어 외부 활동은 물론 본인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나의 퇴직으로 가장 수혜를 입은 사람이 바로 아내인 것 같다.


아이들의 삶도 더욱 나아지고 있는 듯하다. 내가 집에 있게 되면서 무언가 좀 더 안정된 느낌이 든다. 특히 큰아이의 말수가 늘었고 많이 밝아졌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대화가 많이 늘었고 사소한 일들도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내가 둘째 엄마가 된 듯한 느낌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집에 24시간 머물게 된 것이 우리 가족의 행복에 도움이 되고 있는 듯하여 뿌듯하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내가 함께하고 있음이 너무도 값지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큰 아이가 중 3이 되니 따지고 보면 성인이 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온전히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큰 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 사회활동/인간관계

퇴직을 하니 사람 만날 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을 때 볼 수 있어 좋다. 사실 난 그렇게 사교적인 편도 아니고 활동적이지도 아닌 관계로 가족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가끔 지인들을 보는 것이 성향에 맞는 것 같다.


그리고 퇴직 후 좋은 점은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생겨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인연들을 찾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도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었다면 그 만남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그동안 업무로 연결되었던 회사/고객사/협력업체 분들 중 일부와 오로지 인간적인 관계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나 비즈니스를 떠난 만남은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의미가 크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다.


분명 앞으로의 인간관계는 양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만남들은 그 색깔과 깊이가 사뭇 다를 것이고 나의 삶도 풍성해지리라 생각한다.


■ 건강

퇴직 후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특히 정신적으로 부정적 감정보다는 긍정적 감정이 많아졌다.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들며 그 자리에 안정감과 만족감 등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회사생활 하면서 늘 지니고 있던 고질병 몇 가지가 있었는데 자연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특히 소화불량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고 있었는데 퇴직 후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이젠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아마도 스트레스가 줄고 하루 종일 앉아 있지 않아도 되는 환경 변화가 주 요인인 것 같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 번 마시던 술을 이젠 거의 마시지 않고 있고 가사와 산책 등으로 몸을 계속 움직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건강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퇴직이 준 큰 선물이다.


정리하다 보니 긍정적인 내용 밖에 없는 듯하다. 아직까지는 특별히 퇴직으로 인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몇 개월 지나면 나의 REVIEW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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