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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pr 08. 2024

어느 가을날의 기도

2024년 4월 8일 월요일

[2022년 11월 13일 일요일, 늦은 오후]


50번째 가을이 지고 있는 오늘, 난 아직 내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잎의 색이 아름답게 바래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잎이 자연스레 떨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임에도.


몸은 늙어가지만 나의 영혼은 아직 아름다운 색으로 바래지도 않았고, 가지의 모든 잎을 떨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아직 비와 바람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잎을 붙들고자 하는 가지의 의지가 강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스스로 그 잎을 보낼 수 없음이다.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들이 드러난 나무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 무엇도 더하거나 꾸미지 않은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소망한다. 내 가지들이 붙들고 있는 끈질긴 잎들이 떨어지기를. 저 나무들처럼 오로지 순수한 모습만 남기를.


그리고 오늘도 기도한다. 오로지 겸손과 사랑만으로 나를 채워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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