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파리올림픽에서 양궁 여자단체전을 인상 깊게 보았다. 해설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양궁에 있어 남자 선수들에 비해 여자 선수들이 바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로 바람이 상대편에게는 운으로, 우리 팀에게는 불운으로 작용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절대적으로 바람의 영향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설위원들의 설명을 근거로 판단한 것이다.
선수들은 바람의 영향을 고려하여 조준을 하지만 활시위를 놓은 이후에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바람을 탓하지 않고, 그저 최선을 다해 경기를 지속한다.
어디에서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편파 판정이 논란이 된 경기를 마친 손흥민 선수가 그 또한 경기의 일부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는 일화가 떠오른다. 물론 심판에게 여러 번 항의를 했겠지만 불공정한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게임에 집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람의 인생을 스포츠 경기로 본다면, 나는 어떤 플레이를 해왔을까? 가정환경, 신체조건, 재능 등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조건들에 대하여 불공평하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다행히 아쉽게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얼마 전 연세가 지긋하신 친척 분과 대화할 일이 있었는데, ‘내 인생은 왜 이러냐. 세상은 불공평한 것 같다’고 말씀을 하신다. 비단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뿐만이 아니라 나이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불공평한 세상을 탓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이 이 세상을 불공평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세상은 공평한 것이 아닌지 역으로 생각해 본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인생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양궁에서의 바람의 작용과 같이 삶 속에 운과 불운이 혼재되어 작용하고, 누군가에게는 행운이 또 누군가에게는 불운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바람의 힘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양궁 선수가 바람으로 인한 편차를 줄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과 같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의 조건을 따지며 아쉬워하기보다는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기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면 10점이 아니더라도 9점 또는 8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암 전문의인 김범석 교수의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라는 책을 보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과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이 나온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어떤 노인 여성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폐암이라는 진단과 수술이 불가하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의사의 의견에 따라 항암치료를 성실히 받는다. 그 사이 한 사람의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할머니로서 폐암 진단 전의 모습과 동일하게 최선을 다해 삶을 이어간다.
항암치료도 의미가 없어지고 의사는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분은 최선을 다해준 의사에게 고맙다며 담담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이날 이후에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이전과 같이 남편과 딸 그리고 손주들을 돌보며 살아가다가 생을 마감한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적인 것들이 아닌, 주어진 생명과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채우느냐, 즉 태도와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에 대한 평가의 주체는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불공평해 보이는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은 바람에 메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해 최선을 다해 나아가는 것이다.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담담하게 대할 수 있는 위대한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