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절제된 생활
2024년 02월 15일 목요일
얼마 전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삼겹살 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아들은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는데 벌써 키가 183cm이고 그만큼 먹는 양도 어머어마하다. 그날 아들은 삼겹살 오 인분과 밥 세 공기를 해치웠다. 나 또한 절제하지 않고 위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마음껏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오면서 ‘절제’라는 단어가 문득 떠올랐다. 어떤 것이든 필요 이상으로 취하면 탈이 나는 법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절제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생활해 온 것 같다. 절제가 습관화되어 있지 않으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수년 전 10년 이상 나를 괴롭히고 있는 만성 소화불량을 해결해 보고자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의사 선생님은 약 처방과 함께 아침/점심/저녁 끼니마다 식사를 하지 말고 배가 고플 때 조금씩 먹어보라며 식습관에 대해 조언해 주셨다. 그 조언은 마치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으니 스스로 관리를 잘하라는 말로 들렸기에 비전문적이고 무책임한 말로 간주하고 유념하지 않았다.
그러나 퇴직 이후에 특별한 조치 없이 이 증상이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일상생활에 있어 크게 의식되지 않는다. 이렇게 증상이 호전된 이유를 나름 분석해 보니 스트레스 감소나 운동량 증가도 있지만 식사 주기와 식사량의 변화가 증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퇴직 이후 외부 약속이 거의 없고 허기질 때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든 부분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배가 부르지 않을 정도로 식사량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일주일에 세 번 하는 운동을 제외하면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을 하고 있지 않기에 많이 먹으면 불편한 느낌이 오래간다.
퇴직을 하면서 여유롭고 한가로이 삶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그러나 한가로운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정신적인 측면에 있어 결코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건설적인 일들로 루틴을 만들고 하루하루 그 루틴을 지켜나가는 것이 건강한 일상을 만들고 그 건강한 일상이 결국 삶의 여유와 즐거움에 직결되는 것 같다.
그러한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많은 부분에 있어 절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일부터 루틴을 미루고 쉬고 싶은 욕구를 누르는 일 등 의외로 많은 부분에 있어 절제가 필요하다. 삶에 의미와 가치를 더하고 균형 잡힌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